미국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Exxon Mobil)이 지난해 600억 달러 규모의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Pioneer Natural Resources)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규모가 작은 경쟁사들을 추가로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회사는 자산과 인력을 단순히 늘리는 양적 확대가 아니라, ‘시너지 극대화’라는 질적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이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런 우즈(Darren Woods)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엑슨모빌은 여전히 다수의 인수 후보를 검토 중”이라며 “1 더하기 1이 3보다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거래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에 기회가 남아 있고, 그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우즈 CEO는 구체적인 타깃 기업이나 자산 유형은 밝히지 않았으나, “인수 후 통합(Integration)을 통해 양사 주주 모두가 단독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최근 에너지 업계에서 확산된 ‘볼륨 기반 통합(consolidation of volumes play)’과 엑슨모빌의 전략을 명확히 구분 지으며, “우리는 단순히 생산량만 합치는 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나 대량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우즈 CEO는 못 박았다. “파이오니어 사례처럼 양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결합함으로써 양질의 인력과 기술을 함께 보존·강화하는 방식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볼륨 플레이’ vs. ‘가치 중심 통합’
에너지 업계에서 ‘볼륨 플레이’란 생산량을 합쳐 단가를 낮추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겉보기엔 매출 규모가 커지지만, 중복 자산·인력 정리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미미할 경우 주주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 엑슨모빌은 이를 경계하며, 특정 기술·광구·인력·운영 노하우가 서로 보완적일 때에만 인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파이오니어 인수 배경과 성과
엑슨모빌은 2024년 5월 약 600억 달러를 투입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품었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대규모 셰일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하루 180만 배럴 규모의 셰일 원유·가스 생산역량을 갖추게 됐다. 회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확보한 저비용·저탄소 셰일 자산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1)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에 응한 에너지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엑슨모빌이 향후 캐시플로를 기반으로 미국 내 중견 셰일업체, 혹은 탄소 포집(CCUS)·수소 등 탈탄소 기술 보유 스타트업까지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이는 “저탄소 미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도, 당분간 석유·가스의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균형에 부합한다.
노동·지역사회 영향 최소화 원칙
우즈 CEO가 ‘대량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은 지역사회 반발과 인재 유출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이오니어 인수 후 텍사스 미들랜드(Midland) 현장에서는 엑슨 출신 관리자와 파이오니어 현장 기술진이 공동 작업반을 꾸려, 시추 설비 자동화·탄소배출 저감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M&A 시장 분위기와 전망
현재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80달러 내외에서 변동성을 보임에 따라, 유동성이 풍부한 메이저 기업들은 고유가 국면에서 축적한 현금을 활용해 가격 메리트가 있는 중소형 셰일 기업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금리 고점 논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교차하면서, 거래 성사까지는 상당한 실사(듀 딜리전스)와 가격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환경 규제 변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메탄 배출 규제 강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확대 등이 석유·가스 업계의 규제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즈 CEO는 “친환경 설비 투자는 필수”라며, 탄소 회수·저장(CCS)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늘릴 계획임을 시사했다.
맺음말
결국 엑슨모빌의 추가 M&A 전략은 ①전통 석유·가스 자산의 현금창출력, ②저탄소 사업 전환, ③인재·기술 통합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몇 분기 내 인수 목표가 구체화될 경우, 텍사스·뉴멕시코·콜로라도 등 셰일 벨트와 저탄소 기술 스타트업이 주요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행보는 업황 사이클의 변동성을 완충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최우선 과제 달성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1) 회사 내부 발표 자료, 2025년 4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