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 추락 사고: ‘연료 차단’ 정황 담긴 조종실 녹음 확인

[에어인디아 B787 대형 참사] 지난해 6월 12일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242명 중 241명과 지상 인원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어인디아 229편(기종: 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초기 조사에서, 기장이 엔진 연료 공급을 의도적으로 차단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종실 음성기록 장치(CVR)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첫 번째 장교가 연료 스위치 조작 이유를 묻고, 연료 재공급을 요청하는 장면이 CVR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는 공식 보고서가 아닌 구두 평가 단계지만, 세계 항공업계에서 최근 10년간 최다 인명피해를 낳은 사고의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 사고 경위와 녹취 내용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기장 수밋 사바르왈(Sumeet Sabharwal)부기장 클라이브 쿤더(Clive Kunder) 간 대화에서 부기장은 “왜 연료 스위치를 ‘CUT-OFF’ 위치로 돌렸느냐”고 물었고, 곧바로 “연료 흐름을 다시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장이 어떻게 답했는지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체 맥락상 연료 차단 행위가 기장 측에서 시작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조종실 영상 기록장치(CIR, Cockpit Image Recorder)는 의무화돼 있지 않아, 실제 스위치를 누른 인물이 누구인지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시각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음성 대화·비행자료기록장치(FDR)에 등장하는 스위치 작동 시점과 대화 흐름이 기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미측 초기 분석이다.


■ 연료 스위치,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항공기에 장착된 엔진 연료 스위치(Fuel Control Switch)는 ‘RUN(공급)’과 ‘CUTOFF(차단)’ 두 가지 모드를 가진다. ‘CUTOFF’로 전환되면 연료 흐름이 즉시 차단돼 터빈 회전이 멈추고 추력이 급격히 상실된다. 그렇기에 일반 운항 중 해당 스위치는 지상 엔진 셧다운 외에는 절대 조작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의 특이점은 두 엔진의 스위치가 “1초 간격”으로 동시에 ‘CUTOFF’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두 엔진이 서로 다른 유압 라인에 연결되어 있음에도, 동일한 시점에 스위치가 바뀐 것은 의도적 조작을 뒷받침한다.” — 존 낸스(항공안전 전문가)


■ 추락 전후 기체 상황

폐쇄회로(CC) 영상에 따르면, 이륙 직후 기체 하부에서 램에어 터빈(RAT, Ram Air Turbine)이 전개됐다. RAT는 엔진 또는 전기 계통이 모두 정지했을 때 공기 흐름을 이용해 비상 전력을 생성하는 장치다. 이 장치가 노출됐다는 사실은 곧 엔진 출력 상실을 의미한다.

연료 재공급을 시도해 엔진 자동 재시동 절차가 시작됐으나, 기체는 이미 최고 고도 650피트(약 198m)에 불과했다. 속도와 고도 모두 임계치 이하였던 탓에 회복은 불가능했다. 결국 드림라이너는 인근 의과대학 캠퍼스 건물과 충돌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공식 기관 반응

사고를 주도적으로 조사 중인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지난 7월 13일 예비 보고서를 통해 “정비·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는 “한 조종사가 왜 연료를 차단했느냐고 묻자, 다른 조종사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AAIB는 “해외 언론이 일부 기록만 인용해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상, 최종 사고 보고서는 1년 내 발표해야 하며, 여러 복합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를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선 NTSB(연방교통안전위원회)FAA(연방항공청), 그리고 제조사 보잉이 공동으로 ‘스위치 잠금장치 안전성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항공사에 긴급 기술 지침을 배포했다.


■ 남은 쟁점: ‘조종실 영상’ 의무화 논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조종실 이미지 레코더(CIR)’ 도입 필요성이 재점화됐다. 현행 규정은 음성(FDR, CVR)만 의무화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어떤 스위치를 언제 어떻게 조작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 낸스는 “영상이 있었다면 원인 분석이 훨씬 빨랐을 것”이라며 “국제항공기구가 최소 장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분석 및 전망

항공심리학계는 의도적 추락(사이버사이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사례처럼, 조종사가 고의로 기체를 추락시킨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연료 스위치라는 다소 ‘간접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동기·정신건강·개인 스트레스 요인 등이 교차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에어인디아 CEO 캠벨 윌슨은 사내 메모에서 “정비 결함이 아니라는 예비 결과가 나온 이상, 우리는 운항 승무원 교육·심리 평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 업계는 총 손실액을 5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항공사·제조사·보험사 간 구상권 분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용어 해설

램에어 터빈(RAT)*1은 비상 상황에서 날개 아래로 튀어나와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마지막 구명줄’이다. 조종실 이미지 레코더(CIR)*2는 조종석 동영상을 저장하는 장치이며, 아직 대부분 항공기에는 설치 의무가 없다.

*1 일반 여객기에는 발전기·배터리 외에도 RAT가 1대 내장된다. *2 ICAO가 권고 중이나 의무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 결론

지금까지 공개된 음성·데이터·정황 증거인적 요인을 유력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까지는 ▲조종사 정신 건강 ▲회사 피로 관리제도 ▲조종실 문화 ▲항행 정보시스템 오류 여부 등 모든 요소가 검증 대상이다. 국제 항공 안전을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예방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