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영국 공장의 대규모 파업 임박
LONDON—영국 웨일스와 잉글랜드 곳곳에서 에어버스(Airbus) 소속 항공기 조립공·엔지니어 약 3,000여 명이 임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10일간의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동조합 ‘유나이트(Unite)’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0%의 압도적 찬성으로 산업행동(industrial action)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파업은 9월 2~3일, 10~11일에 먼저 시행되고 9월 15일부터 추가 날짜가 지정될 예정이어서, 에어버스의 상업용 및 군용 항공기 날개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시설은 영국 북웨일스 브라우튼(Broughton)과 브리스톨 인근 필턴(Filton)에 위치한 항공기 날개 조립 라인이다. 해당 공장은 A320·A350 등 주력 기종뿐 아니라 A400M 군용 수송기 날개를 생산·조립해 전 세계 에어버스 최종 조립 라인으로 발송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노동조합·회사 측 입장 엇갈려
“에어버스는 수십억 파운드의 이익을 내고 있다. 노동자들도 공정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 샤론 그레이엄(Sharon Graham) 유나이트 사무총장
유나이트는 영국 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월 기준 3.8%로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언급하며, “급격히 상승한 생활비를 반영한 임금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에어버스는 이미 최근 3년간 총 20% 이상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고, 2024년 4월에는 인당 2,644파운드(약 456만 원) 일시금을 지급했다며 “2025년 임금 제안 역시 경쟁력을 갖춘 공정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수 파트리지가( Sue Partridge) 에어버스 UK 상업 항공부문 대표는 전자우편 성명을 통해 “노사 모두 영국 사업장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로서는 “연말 항공기 인도 물량에는 우려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날개 생산 일정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행동(industrial action)’이란?
영국 노동법에서 산업행동은 임금·근로 조건·노동시간 등을 놓고 노사 협상이 결렬됐을 때 노동자들이 취하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단체 행동을 뜻한다. 파업(strike), 태업(go-slow), 부분 업무 거부(work to rule) 등이 포함된다. 이번 사례처럼 사전에 정식 투표 절차를 거쳐야만 합법성이 확보된다.
파업이 항공산업에 미칠 잠재적 파장
에어버스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항공기 인도 시장의 약 55%를 차지하며, 특히 A320neo 계열은 단거리 상업용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복합소재 날개는 항공기 효율성에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날개 생산 라인이 멈추면 톨루즈·함부르크·모빌·톈진 등지의 최종 조립 공정까지 연쇄적으로 늦춰져 항공사 인도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산업 연구기관들은 “한 대의 상업용 여객기가 당초 일정보다 한 달 늦게 인도되면, 항공사가 운항 수익과 연료 효율에 따라 대당 최대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미 보잉 737 MAX 생산 차질로 신규 기단 도입이 늦춰진 항공사들이 많아, 에어버스마저 일정이 밀릴 경우 업계 전반에 운항 스케줄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노사 ‘윈-윈’ 해법 찾을까
영국 카디프대학교 경영대 루이스 필립스 교수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보전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공급망이 복잡한 항공산업 특성상 생산 중단은 회사뿐 아니라 하청·협력업체 전체에 타격을 주므로, 한쪽만의 승리가 아닌 상생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이어진 철도·항공·물류 부문 파업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생산거점 운영 전략은 노동 유연성·인건비 경쟁력과 숙련 인력 확보라는 두 축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투자 결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나이트와 에어버스가 중재기구인 ‘ACAS(영국 조정중재서비스)’를 통해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실질임금 회복 폭과 추가 일시금 지급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환율 변수도 주목
이번 파업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환율은 1달러 = 0.7409파운드다*. 최근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로 수익을 인식하는 항공사·부품 공급업체의 원가 부담이 상승했다. 노동자 임금이 파운드화로 지급되는 영국 생산거점의 ‘비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일 수 있어, 환율이 노사 협상의 배경 변수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 환율 기준, 2025년 8월 20일 15시 22분 40초(GMT) 고시
※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 보도 원문을 토대로 국내 독자를 위해 의역·정리했으며, 기사 내 의견은 필자의 전문적 분석에 근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