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Evercore ISI)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WDC)을 자사 ‘아웃퍼폼(Outperform)’ 리스트에 새롭게 포함했다. 이번 결정은 고용량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과 수익성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는 웨스턴디지털이 오는 회계연도 4분기(2025 회계연도 4Q)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출, 이익률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Nearline HDD1 출하량은 2025 회계연도 3분기(4~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으며, 웨스턴디지털은 전체 시장의 절반에 달하는 약 162엑사바이트(EB)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전체 HDD 출하 대수가 2.4%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루며,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시장에서 고용량 드라이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버코어 ISI는 웨스턴디지털의 4분기 매출이 컨센서스(24억5,000만 달러)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우호적인 가격 환경과 고부가 제품 믹스의 결과로 풀이된다.
“웨스턴디지털의 총이익률(Gross Margin)은 4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도 회사 목표치인 24%를 초과할 전망이다.” — 에버코어 ISI 보고서 중
이러한 개선은 UltraSMR2 드라이브가 세 곳의 하이퍼스케일 고객사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웨스턴디지털은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와 체결한 장기계약이 하이퍼스케일 매출의 약 80%를 커버한다. 에버코어 ISI는 “미·중 무역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계약이 가격 안정성과 실적 가시성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는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샌디스크(SanDisk) 사업부 관련 ‘주식 대 부채 교환’ 완료 후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언급됐다.
한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열보조 자기기록(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3 기술 로드맵에 대해 에버코어 ISI는 “웨스턴디지털이 다소 보수적인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의 가격 추세가 유지된다면 상향 조정 여지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목표주가 상향도 이뤄졌다. 에버코어 ISI는 기존 55달러였던 웨스턴디지털의 12개월 목표주가를 77달러로 40% 가량 상향 조정하면서 ‘아웃퍼폼’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용어 해설 및 산업적 의미
1Nearline HDD는 ‘엔터프라이즈급’과 ‘온라인 스토리지’의 중간(near) 성격을 가진 대용량·고신뢰성 드라이브다. 주로 데이터센터 백업, 콜드 스토리지, 클라우드 아카이브에서 활용된다.
2UltraSMR은 ‘Shingled Magnetic Recording’ 방식을 극대화해 트랙 간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20TB 이상 용량을 구현한 차세대 HDD 기술이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SSD에 비해 속도가 느릴 수 있으나, 기업용 저장장치에서는 저비용·대용량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3HAMR은 레이저 열을 이용해 자성 물질의 자화 반전 장벽을 낮춰 저장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차세대 기록 방식이다. 구현 난도가 높아 상용화 시기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기술적 진화는 국내 서버·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에도 부품 수요 확대와 생산 기술 고도화를 동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용량 HDD 시장 성장은 니켈·알루미늄 합금 플래터, 자성 기록 헤드, 펌웨어 솔루션 등 국내 부품·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웨스턴디지털의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진다면 동종 업계인 씨게이트(Seagate)는 물론, 국내 관련 장비·소재 업체 주가에도 심리적 긍정 효과가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AMR 상용화 시점·중국 경기 둔화·미국 금리 경로 등 변동 요인에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