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신호에 무너진 인도·미국 무역협상 전말

[뉴델리/워싱턴=로이터] 마노즈 쿠마르, 트레버 허니컷, 아프타브 아메드 기자 – 인도와 미국이 다섯 차례의 공식 협상을 진행한 끝에 양측 모두 조기 타결을 낙관했지만, 결과는 관세 폭탄과 외교적 난맥상으로 귀결됐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미국 정부가 최대 15%로 관세를 묶는다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언론에까지 시사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은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은 8월 1일부터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된 ‘불특정 제재’까지 예고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EU와 대형 합의를 마무리하고 심지어 파키스탄에까지 더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해 뉴델리 외교 당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로이터는 인도 정부 관계자 4명과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을 별도 인터뷰해, 대부분의 기술적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협상이 붕괴된 배경에 대해 독점적으로 보도했다. 양측 당국자가 공통적으로 꼽은 원인은 정치적 오판, 잘못 읽은 신호, 그리고 누적된 불신이었다.


1. 과신과 오판(Over-confidence & Miscalculation)

백악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인도 총리실(PMO)과 외교·상공부는 모두 서면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도 측은 다음과 같은 양보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첫째, 미국의 공업제품(industrial goods) 가운데 약 40%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둘째로 미국산 자동차·주류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되, 물량할당(쿼터)을 병행한다는 방안이었다. 셋째, 미국 측이 최우선으로 요구한 에너지·방위 장비 수입 확대에도 동의했다.

‘다섯 번째 라운드 이후 대부분의 쟁점은 해소됐다. 미국이 농산물·유제품 무관세 요구에서 약간만 양보하면 타결될 것이라 믿었다.’ – 인도 협상 담당 관료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달랐다. 백악관 관계자는 ‘많은 부분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우리가 만족할 만한 완전한 딜(full deal)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2. 의사소통 단절(Communication Breakdown)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월 워싱턴 방문 당시 ‘2025년 가을까지 협정 체결’과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0억 달러 달성’에 합의했다. 인도는 470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최대 250억 달러를 구매하고, 방위 수입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빅(big) 딜이 곧 나온다’고 공개 발언하자, 인도 측은 이를 유리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농업·유제품 분야에서는 더욱 강경해졌다. 인도 협상팀은 심지어 4월 발표된 평균 10%의 미국 관세 철폐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5% 상한선’이라는 목표는 남았지만, 미국이 일본·EU와 잇달아 협상을 끝내면서 인도 안(案)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접근 확대, 투자 약속, 대규모 구매를 포함하는 헤드라인급 합의를 원했다’고 전했다.

한편 직접 통화 부재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前) USTR 수석협상가 마크 린스콧은 ‘두 정상 간 핫라인이 확보됐다면 서명 직전까지 갔던 문서에 결재가 찍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측은 모디 총리가 트럼프와의 일대일 통화에서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로 전화를 피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의 인도-파키스탄 분쟁 중재 발언이었다. 인도 정부 관계자 셋은 ‘트럼프가 파키스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발언이 반복되면서, 모디 총리는 전화 통화를 더욱 꺼렸다’고 밝혔다.


3. 관세와 제재의 현실적 파장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 기자회견에서 ‘24시간 내에 인도산 제품 관세를 현행 25%에서 더욱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세 인상직물·보석·화학제품 등 인도 수출 주력 품목에 직접적 충격을 줄 전망이다. 동시에 불확실한 ‘러시아 원유 관련 제재’는 인도의 에너지 안보와 물가안정에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4. 남은 선택지(Way Forward)

그럼에도 양측은 ‘협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여전히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고, 인도 정부도 농업·유제품 분야 일부에서 추가 양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비중을 줄이고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 역시 테이블에 올라 있다.

린스콧 전 수석협상가는 ‘지금은 lose-lose 국면이지만, 양 정상이 통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win-win 딜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5. 용어 설명 및 전문가 시각

USTR(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도 미 정부를 대변한다. 쿼터(Quota)는 특정 품목의 수입량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제도로, 관세 인하와 병행될 때 국내 산업 보호 수단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세계 5위 경제’라는 위상이 높아진 만큼, 협상 전술 역시 다자간 비교 우위를 고려해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미국 측도 대(對)중국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할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결국 양국은 ‘무역 확대’‘지정학적 동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치적 수사보다 실질적 이익 균형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