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 애널리스트들은 전력 부족이 인공지능(AI)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확산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이 신기술을 구동하는 칩을 수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필요한 규모의 전기 공급과 전력망 연결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11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연쇄적으로 계획되고 있으나 전력 인프라의 제약이 업계 성장을 제동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야데니 리서치 팀(잭키 도허티[Jackie Doherty] 등)은 전기 접근성과 전력망 용량이 향후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반도체 기업 AMD(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는 이번 주 초 투자자에게 향후 3~5년 동안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연평균 약 8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AMD의 그룹 전체 매출도 같은 기간 연간 약 3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AI 워크로드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를 반영하나, 전력·인프라 제약이 현실화할 경우 실제 매출 실현 속도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엔비디아(지분·후원) 기반의 코어위브(CoreWeave) 또한 화요일 자로 자사의 AI 서비스 수요가 “견조하며, 사실상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다(insatiable)”고 밝혔다. 다만 야데니 리서치(잭키 도허티 포함)의 노트에 따르면, 주요 개발업체 한 곳이 데이터센터를 제때 인도하지 못한 탓에 코어위브는 연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공급 지연이 실수요와 매출 인식 간 괴리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도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나델라는 현재 소프트웨어 공룡이 직면한 “가장 큰 이슈는 ‘전력 인접성(near power)’을 확보한 채 데이터센터를 충분히 빠르게 짓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필요한 시설이 제때 온라인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전원을 꽂을 수 없는 칩들이 재고에 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The biggest issue is the ability to get the [data center] builds done fast enough, close to power… you may actually have a bunch of chips sitting in inventory that I can’t plug in.”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그러나 야데니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느린 건설 속도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대 5년에 달하는 전력망 연결 지연이 최첨단 AI 칩을 뒷받침할 막대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데 가장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즉, 건물 준공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전기 계통에 접속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 내 일부 소수 주(州)에 데이터센터가 지리적으로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사회가 자택 인근에 신규 시설 건설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부지 확보·허가·주민 수용성 등 비(非)기술적 요소가 프로젝트 일정을 좌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에 대한 접근성(access to electricity)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이들에게도 심각한 골칫거리다.” — 야데니 리서치 애널리스트 코멘트
핵심 개념 설명
데이터센터란 대규모 서버와 저장 장비를 집적해 연산·저장·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특히 AI 학습·추론용 칩은 전력 밀도가 높아, 동일 면적 기준으로 요구되는 전력 용량과 냉각이 크다. 따라서 단순한 건물 완공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력망과의 안정적 연결, 변전·배전 설비, 냉각 인프라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전력망(Grid)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변전·배전을 거쳐 최종 수요처에 전달하는 체계다. 전력망 연결 지연은 새로운 대전력 수요처(예: 데이터센터)가 계통에 접속하기까지 승인·공사·증설 등 절차가 길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본문에서 제시된 ‘최대 5년’은 이러한 병목이 프로젝트의 상업 가동 시점을 장기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자 해설: 전력이 곧 AI 인프라의 속도 제한장치
이번 보도는 칩 공급의 확장과 인프라의 병목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불일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AMD가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매출 연 80% 성장 전망과 코어위브의 ‘채워지지 않는 수요’ 발언은 수요의 탄탄함을 보여주지만, 마이크로소프트 CEO 나델라의 경고와 야데니·베인의 분석은 전력·건설·전력망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칩 투자 대비 가동률을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력 인접성(near power)이 강조된 대목은, 단순히 부지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전기 용량이 충분하고, 계통 연결이 신속하게 가능한 지점의 희소성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프로젝트 타임라인의 핵심 리스크는 이제 장비 납기보다 전력망 접속과 규제 절차로 이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칩은 있는데 꽂을 콘센트가 없다”는 상황이 발생하면, 재고로 남는 반도체와 지연되는 매출 인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일부 주에 집중돼 전력망을 압박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를 높이는 현상은, 지역 커뮤니티의 수용성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입지 다변화, 수요관리, 고효율 설계 등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화한다.
요컨대, 전기 접근성은 AI 데이터센터 성장의 선결 조건이며, 건설 속도와 전력망 연결이라는 두 개의 병목을 해소하는 능력이 향후 업계의 실제 가동률과 수익 실현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분석은 투자자·운영자 모두에게 전력 인프라 듀 딜리전스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