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 정신건강 치료제 스타트업 ‘길가메시 파마슈티컬스’ 인수 협상 중

[제약·바이오 산업] 애브비(AbbVie)가 길가메시 파마슈티컬스(Gilgamesh Pharmaceuticals) 인수를 놓고 10억 달러 규모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애브비(NYSE: ABBV)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비상장 신생기업 길가메시 파마슈티컬스와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협상은 진행 중이지만 언제든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양사 모두 추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애브비의 최근 M&A 행보
애브비는 대표 블록버스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3년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인수·합병(M&A)에 투입했다. 휴미라는 2023년 미국 내 특허가 종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동등 생물학적 제제)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애브비는 1)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길가메시 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
길가메시는 우울증·불안·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난치성 정신질환 치료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서 보유한 기업이다. 임상 단계는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승인 전 마지막 단계다. 특히 길가메시는 사이키델릭(환각) 기반 화합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으로 업계 관심을 받아 왔다.

애브비는 이미 2024년 5월 전략적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해, 길가메시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 가운데 일부에 대해 공동개발 옵션을 확보했다. 당시 계약 조건에 따르면 길가메시는 총 19억 5,000만 달러의 옵션 수수료와 마일스톤(개발·허가 달성 단계별 성과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번 인수 논의가 타결될 경우, 그 옵션 및 마일스톤 계약이 완전한 자회사 편입으로 전환돼 애브비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 용어 설명
• 바이오시밀러: 참조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안전성을 갖춘 복제 바이오의약품이다.
• 사이키델릭 기반 치료제: LSD·실로시빈 등 환각 성분을 미량 활용해 정신질환 치료 효과를 노리는 차세대 약물 플랫폼이다.

산업·시장 분석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제약사는 이미 ‘포스트 휴미라’를 대비해 CNS(중추신경계)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왔으며, 애브비의 이번 행보는 CNS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수순으로 해석된다. 특히 길가메시가 보유한 정밀 화학 합성 및 고효율 스크리닝 기술은 애브비의 장기 R&D 비용을 절감하면서 신약 승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사이키델릭 기반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까지 규제 장벽이 높고 임상 실패 위험도 큰 만큼, 투자자들은 임상 데이터의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사이키델릭이 가진 잠재력은 크지만, 안전성 데이터와 장기 효능 증명이 관건이다”

는 업계 관계자의 진단이 그 이유다.

향후 전망
만약 거래가 성사될 경우, 애브비는 2026년 이후 길가메시가 보유한 후보물질의 임상 2상(중간 단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신과 치료제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릴 전망이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업계에서는 길가메시의 기술력에 주목해 다른 빅파마가 경쟁적으로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인수 협상 진행 상황과 함께 애브비가 제시할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금리 고공행진 속에서도 대형 제약사의 현금 동원력이 견조하다는 점은, 바이오텍 인수·투자 시장의 활황을 반영한다.

※ 1) 휴미라의 2024년 전 세계 매출은 143억 달러로, 특허만료 전 200억 달러에 달했던 매출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