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발] 오라슈어 테크놀로지스(OraSure Technologies)가 코로나19 신속 항원검사 키트로 잘 알려진 가운데,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알타이 캐피털 매니지먼트(Altai Capital Management)가 이사회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보드 파이트(board fight)’ 준비에 돌입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타이는 최근 오라슈어 보통주 보유 비중을 기존 3%에서 5%로 끌어올리며 오라슈어 최대 주주 그룹으로 부상했다. 이는 2009년 펀드를 설립한 리시 바자이(Rishi Bajaj) 대표가 이사회 입성을 노리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분 5%는 미국 증권규정상 ‘중요 주주’(Beneficial Owner)로 간주되는 마지노선*1이어서 알타이가 보다 직접적으로 이사회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자이 대표는 지분 확대로 ‘표 대결(proxy fight)’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 투자자 불만 고조, 이사회 교체론 급부상
지난 12개월 동안 오라슈어 주가는 23% 급락했다. 다만 최근 몇 주 사이 낙폭이 일부 회복돼 9월 8일(현지 시각) 기준 3.25달러에 마감, 시가총액은 2억3,700만 달러 수준이다. 다수 투자자는 “경영진이 비즈니스 다각화를 외쳤지만 실질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벤처 의료기기 거물 론 즈완치거(Ron Zwanziger) 는 6월 주당 3.50~4달러에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냈으나, 오라슈어 경영진은 이를 거절했다. 알타이는 즈완치거와 별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거절 이후 주주 가치는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사회 재편 시나리오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직 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알타이는 이 자리에 리시 바자이 대표를 포함한 두 명의 신규 후보를 올려 ‘이사회 체질 개선’을 노린다. 현재 회사 측과 공식 협의는 진행 중이지 않으며, 공개 토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알타이 외에도 행동주의 색채를 띤 캐널 캐피털(Cannell Capital)의 창업자 칼로 카넬(Carlo Cannell)이 2.5%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는 “오라슈어 경영진은 ‘운영 능력’은 있지만, 전략 실행력은 부족하다”며 최소 2명의 신규 사외이사 영입을 주장했다.
● 바자이 대표의 ‘컨텍스트로직 모델’ 적용 가능성
바자이는 2023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위시(Wish.com)’의 모회사 컨텍스트로직(ContextLogic) 이사회에 합류한 뒤, 불과 1년 만에 CEO로 승진해 현금 및 세금 자산을 보호하고 ‘서치 펀드(search fund)’ 형태의 투자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후 주가는 두 배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그가 오라슈어 역시 비슷한 ‘현금 보존+M&A’ 전략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 업계 현황 및 용어 설명
오라슈어는 지난해 말 분자 진단 플랫폼을 보유한 셜록 바이오사이언스(Sherlock Biosciences)를 인수하며 ‘포인트 오브 케어(Point of Care)’ 시장 확대를 노렸다. 포인트 오브 케어는 병원·연구실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즉시 결과를 제공하는 진단 방식을 뜻한다. 콜레스테롤, 독감, 임신 등 다양한 질환·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했지만, 다나허·지멘스·로슈·써모피셔 등 글로벌 대형 진단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중소기업 경쟁이 치열하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알타이가 ‘점진적 지분 확대→이사회 입성→전략적 자산 매각 또는 인수 제안’이라는 전형적인 행동주의 루트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라슈어가 자체 개발 능력보다도 풍부한 현금 및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만큼, 현 경영진이 주주와 소통하지 않을 경우 적대적 M&A·지분희석 등 급격한 이벤트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반대로 회사가 알타이와 조기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면, 오라슈어 주가는 저평가 해소 기대감으로 단기 랠리를 타는 ‘윈-윈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1미국 증권거래법(SEC Rule 13D)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보유 목적·자금 출처 등을 공시해야 하며, 이는 경영권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