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정용 로봇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선도 투자자로 참여한 총 1억 달러(약 1,4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 소식이 발표됐다.
2025년 9월 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엑스스퀘어 로봇(X Square Robot)’은 시리즈 H에 해당하는 여덟 번째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누적 투자금 20억 위안(약 2억8,000만 달러)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홍산자본(구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 메이투안(3690.HK), 레전드 스타·레전드 캐피털, INCE 캐피털 등 중국 벤처캐피털이 다수 참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과 로봇 기술의 융합이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 배경과 업계 동향
엑스스퀘어 로봇의 양첸(杨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
이제 로봇에게 복잡한 과제를 스스로 판단·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요구된다
”고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간 로봇 팔·집게 등 제한적 기능에 머물던 산업용 로봇 시장이, 생성형 AI 접목을 계기로 인간과 자연어로 소통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란?
2022년 11월 미국 오픈AI가 내놓은 ChatGPT 3.5를 기점으로 급부상한 기술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텍스트·이미지·코드 등을 생성한다. 기존 ‘정해진 답’을 제공하는 챗봇과 달리 상황 맥락을 이해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 COO는 “로봇 분야 AI는 아직 ChatGPT 3.5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12개월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임베디드 AI(Embodied AI)’ 영역은 뚜렷한 성능 지표가 부재해 업체 간 기술 격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월-OS(Wall-OSS)’ 공개 – 로봇 특화 첫 오픈소스 LLM
엑스스퀘어 로봇은 투자 발표와 동시에 ‘월-OS(Wall-OSS)’라는 로봇 전용 오픈소스 기반 모델을 공개했다. 오픈소스란 소스코드를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열람·수정·재배포할 수 있도록 한 라이선스 체계를 의미한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 로봇 집사(로보 버틀러)가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CNBC는 해당 주장을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1X 테크 CEO가 CNBC ‘스쿼크박스 아시아’에서 2027년 자율 휴머노이드 가능성을 언급하는 장면
연산(컴퓨팅)에는 미국 엔비디아(Nvidia) GPU를 사용하지만, 양 COO는 “센서·감속기 등 다른 핵심 부품은 중국 내 자동차용 중저가 칩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차세대 모델 ‘퀀타 X2’ 공개 및 상용 전략
회사 측은 청소용 걸레를 탈부착할 수 있고, 압력 변화를 미세하게 감지하는 손을 탑재한 신형 휴머노이드 ‘퀀타 X2(Quanta X2)’도 선보였다. 리서치 업체 휴머노이드 가이드 기준 가격은 8만 달러로 제시됐다. 현재는 주로 학교·호텔·실버타운 등에 공급해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내년에는 해외 진출 확대와 함께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양 COO는 “일본·싱가포르 고객사와 이미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진정한 가정용 시장을 열려면 가격을 1만 달러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하드웨어 원가 절감이 관건이며, 3~5년 내 구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경쟁사 유니트리(Unitree)가 1만6,000달러짜리 휴머노이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기능 수준은 확실치 않다.
전문가 시각 – 중국 AI·로봇 생태계의 ‘빠른 추격’
“중국은 AI 모델 개발 속도에서 미국 대비 6~9개월가량 뒤처져 있으나, 실제 응용·상용화 단계에선 오히려 빠른 추월이 가능하다.”
이는 전 구글차이나 사장의 최근 발언으로, 로봇·스마트홈·무인물류 등 하드웨어 강점을 바탕으로 상품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망 측면에서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고령화·서비스업 인력난이 심화되는 동아시아에서 초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규제 과제
그러나 휴머노이드의 대중화까지는 ▲배터리 지속시간, ▲정교한 모터 제어, ▲안전성 인증, ▲윤리·책임 소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도 ‘AI 윤리 가이드라인(2025)’을 통해 자율로봇 테스트 구역을 지정하고 데이터를 암호화·익명화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오픈소스 생태계가 중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스코드 공개가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달리 엑스스퀘어 로봇은 “협력 개발을 통한 혁신 속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대규모 투자 이후 추가 빅테크(텐센트·바이두 등) 참여 여부
2) 2026년 예정인 ‘퀀타 X3’ 프로토타입이 실제로 자율 주행과 음성 인식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지
3) 상장지 선택: 홍콩, 상하이 STAR마켓, 혹은 미국 나스닥 간 경쟁 구도
4) 소비자용 가격 1만 달러 달성 타임라인과 부품 현지화율이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탈(脫)실험실’ 단계에 진입해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을지는, AI 모델 혁신 속도와 하드웨어 원가 절감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