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슨, “트럼프의 인텔·엔비디아 개입은 두서없는 정실자본주의” 비판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 튤레인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텔(Intel)·엔비디아(Nvidia) 개입에 대해 “두서없는 정실(情實) 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2025년 8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작슨 교수는 CNBC 대표 아침 프로그램 ‘스쿼크박스(Squawk Box)’ 9분 23초짜리 인터뷰에서 “국가 자본주의가 정실 자본주의로 전락하면, 지도자에게 ‘조공(tribute)’을 바치는 특혜 기업들이 생겨나 비효율과 부패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방식은 제조업 부흥이라는 목적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특정 기업을 우대·배제하며 정책 일관성을 잃는 행위는 “혼란스럽고 부패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Walter Isaacson on CNBC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란?

정실자본주의는 정부 권력과 기업 이익이 밀착해 시장 경쟁 대신 정치적 연줄, 로비, 기부 등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아이작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효율성·혁신·공정 경쟁을 훼손해 결국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 인텔 ‘10% 지분 인수’ 추진

백악관은 최근 반도체 보조금 법(CHIPS Act) 재원을 활용해 인텔의 약 10% 지분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7일 인텔 CEO 립-부 탄(Lip-Bu Tan)을 ‘매우 이해충돌이 심한 인물(highly CONFLICTED)’이라 지칭하며 사임을 공개 요구했다.

우대기업이 ‘지도자’에게 충성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체계는 재앙을 부를 뿐이다.” — 월터 아이작슨

아이작슨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를 정치권이 직접 흔드는 것은 투자 위험을 키우고, 결국 세금으로 만든 보조금이 ‘줄 세우기’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AMD, ‘중국 매출 15% 상납’ 조건부 수출 라이선스

이달 초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 특정 고성능 칩을 판매하기 위해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부 수출 라이선스에 합의했다. 이는 기존의 ‘수출 허가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新) 관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작슨 교수는 “정부가 라이선스를 빌미로 매출 일부를 요구하는 방식은 자유시장질서와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에 대한 회의론

아이작슨 교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규칙과 장기적 비전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정책이 특정 인물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면 결과는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질서한 인센티브 제공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흐를 위험”을 지적하며 “체계적 산업 전략 없이 우회적 ‘지분 인수’와 ‘로열티 징수’에만 매달리는 것은 산업정책의 본말전도”라고 덧붙였다.


기자 해설: 산업정책이 ‘국가적 위험’으로 작동할 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으나, 선별적 개입이 장기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예기치 못한 정책 변화는 기술 이전·특허·전략적 제휴 등 다층적 이해관계를 교란할 여지가 크다.

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경우, 인텔과 엔비디아뿐 아니라 연관 장비·소재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중국·유럽 등 경쟁국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설 경우 보조금 경쟁이 가열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블록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닌,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룰 기반 거버넌스다. 아이작슨 교수가 경고한 대로, 정실자본주의는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생태계를 훼손할 공산이 크다.

한편, 인텔은 8월 18일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로부터 2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지분 협상은 아직 확정 시기·규모·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AMD 역시 중국 매출 15% 납부를 둘러싼 구체적 시행 규칙이 상무부·재무부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정책·시장·기술이 교차하는 복잡한 반도체 지형 속에서, 아이작슨 교수의 직설적인 경고가 향후 미 의회·행정부·업계 논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