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T뉴스】 아시아 주요 증시는 금요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이 대부분 국가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對)미 무역흑자국에는 15% 이상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발표된 민간조사 결과에서 7월 중국의 제조업 활동이 신규 수주 부진으로 다시 위축 국면(컨트랙션)에 진입한 사실도 불안감을 키웠다.
특히 서울 증시는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투자자 및 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을 제안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지역 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3.88% 급락해 4월 7일 이후 최대 일일 하락률을 나타냈다.
■ 트럼프 대통령, ‘관세 폭탄’ 세부 내용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최소 10% 관세를, 미국과의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1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경고하며 에너지 시장에도 불확실성을 덧씌웠다.
이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나 ‘301조(불공정 무역 제재)’와는 다른,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관세 인상 결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관세(tariff)는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시정 등을 목적으로 한다.
■ 증시별 상세 동향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7% 하락한 3,559.95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경기가 향후 더 둔화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제지표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1.07% 떨어진 24,507.81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증시는 정보기술(IT) 업종 실적 실망감이 부각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닛케이225지수는 0.66% 내린 40,799.60에 마감한 반면, 대형주보다 내수 비중이 큰 토픽스지수는 0.19% 소폭 상승해 2,948.65로 거래를 끝냈다.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로직칩(시스템반도체)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고, 주가는 18% 폭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여파로 3,119.41까지 후퇴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3.5% 내렸고,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 SK하이닉스는 5.7% 급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호주 S&P/ASX200지수는 0.92% 하락한 8,662로 전장 대비 낙폭을 확대했다. 은행·기술·금광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호주는 이번 관세 상향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추가 하락을 일부 제한했다. 뉴질랜드 S&P/NZX-50지수도 0.74% 내린 12,729.40을 기록했다.
■ 원자재·통화시장 흐름
달러화 가치는 7월 한 달간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보합세를 유지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산 석유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금 가격은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3,300/온스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은 6월 깜짝 고용 증가 이후 7월에는 고용창출이 둔화하고 실업률은 4.2%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 증시·경제 지표 영향
전날 뉴욕증시는 메타플랫폼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며 하락 반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약보합, S&P500지수는 0.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 각각 내렸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의 근원 지수는 6월에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실질 소비는 거의 증가하지 않아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적용 시한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한국과의 무역협정 체결, 멕시코산 수입품 25% 관세 90일 연장, 자동차 25% 관세 및 철강·알루미늄·구리 50% 관세를 포함하는 추가 조치도 발표했다.
■ 협상 여지는 ‘열려 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토대는 마련돼 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관세 인상 → 보복 관세 → 글로벌 교역 위축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관세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재촉할 수 있다.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다양화해야 하는 추가 비용에 직면할 것” — 국내 증권사 국제전략팀
■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올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국가들은 관세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거나, 상대국의 무역 장벽 해소를 압박하고, 재정 수입을 확보한다.
PCE 물가는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rice Index의 약자로, 미국 소비자 지출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연준(FOMC)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꼽힌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산업이 급증한 수입품으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을 때, 임시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301조 조사는 미국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제재하는 절차를 말한다.
■ 결론 및 전망
이번 관세 인상 조치로 아시아 증시는 단기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세제 개편 변수까지 등장한 한국 증시가 최대 피해를 본 가운데, 제조업 지표 부진이 확인된 중국과 IT 실적 불확실성이 부각된 일본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교역 둔화가 현실화되면 원자재 가격, 환율, 기업 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각국 정부의 대응책과 미국·중국 간 추가 협상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달러 강세와 물가 압력이 동시에 지속될 경우, 연준과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정책 스탠스가 엇갈리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에 한층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