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계의 거대 기업 아마존(Amazon)이 쇼핑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AI 음성 요약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객은 이제 수백 개에 달하는 별점과 장문의 텍스트 리뷰를 일일이 읽지 않고도 짧은 오디오 한 편으로 핵심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9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Hear the Highlights’라 명명한 AI 음성 요약 서비스를 미국 모든 모바일 앱 사용자에게 확대 적용했다. 지난여름 일부 상품과 제한된 고객에게 시범 도입된 뒤 불과 몇 달 만에 100만 종 이상의 제품으로 범위가 늘어났다.
이 서비스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제품 카탈로그, 고객 리뷰, 그리고 웹상의 공개 정보를 종합·분석한 뒤 30초 내외의 음성 클립으로 변환한다. 사용자는 모바일 앱에 추가된 ‘듣기’ 버튼만 누르면 즉시 요약을 청취할 수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의 매력은 실제 사용자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허위·조작 리뷰가 끊임없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어떤 정보가 믿을 만한지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는 과도한 시간을 투입해 왔다. 최근에는 ChatGPT 같은 챗봇이 작성한 리뷰까지 뒤섞이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기존 방식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리뷰 속에서 ‘토스터가 베이글을 구울 수 있는가’, ‘타이머가 정확한가’, ‘빵 부스러기 받침대는 쉽게 분리되는가’ 같은 세부 정보를 직접 찾아야 했다. AI 음성 요약이 약속하는 가치는 바로 이러한 정보 탐색 피로를 제거하는 데 있다.
AI와 인지 과부하(Overload) 문제
인간은 3만 건이 넘는 전기 주전자의 리뷰를 읽다가 인지 과부하를 느끼지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손쉽게 훑어낼 수 있다. 문제는 AI가 정확히 무엇을 추려야 하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Ankur Edkie Murf AI 최고경영자(CEO)는 “AI가 패턴 인식과 자동화에는 강하지만,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맥락을 입력값으로 반영할 방법이 마련돼야 요약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dkie에 따르면 AI의 가치는 ‘문제-기술 적합성(Problem-Capability Fit)’에서 나온다. 만약 적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AI 피로감을 느끼고 ‘전시용 기술’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재 ‘Hear the Highlights’로 제공되는 음성 요약은 사용자별 차별화가 없다.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스크립트가 재생돼 개인화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안전과 관련된 부정적 리뷰 몇 건은 다른 모든 긍정적 평가를 압도할 수 있다”며 “가격에 집중하는 소비자에게 성능 위주 요약을 들려준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Agentic) AI로의 진화
아마존은 Rufus와 Interests AI 같은 챗 기반 도구에 이어, 향후엔 AI와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 에이전틱(Agentic) AI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개념은 AI가 단순 도우미를 넘어 능동적(Agentic)인 파트너로서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실행하는 방향을 뜻한다.※Agentic AI는 사용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자율형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현재 Rufus는 텍스트 입력이나 음성 명령을 받아 텍스트로 응답하지만, 향후 양방향 음성 대화가 가능해지면 사용자는 구체적 질문·우려 사항을 즉각 해소하며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접근성(Accessibility) 강화 효과
시각장애인 등 접근성 측면에서의 즉각적 이익도 크다. 컨슈머 리서치 회사 ‘Feedback Group’의 브라이언 누메인빌(Brian Numainville) 이사는 “화면 리더·키보드 내비게이션과의 완전한 호환성, 간결하고 구조화된 음성 콘텐츠 제공, 그리고 자연스러운 음성 품질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AI 요약으로 인간 리뷰의 뉘앙스와 개인적 경험이 사라질 위험이 있으며, 정보가 과도하게 압축되면 독특한 통찰이 희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유한 쇼퍼 인사이트 상실 위험
AI는 공통 주제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다수 의견’에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 활발한 후기 작성자들이 남긴 우회적 이야기와 맥락은 구매자에게 정서적 공감과 확신을 제공하는 요소다.
누메인빌은 “특정 니치(niche) 용도나 개별 상황에서 나온 독창적 인사이트가 다수 의견에 묻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요약이 출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마케팅 문구와 이용자 경험이 뒤섞여 네이티브 광고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아마존은 요약 생성 시 제품 설명과 리뷰 비중을 어떻게 배합하는지 상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소비자가 광고 문구를 실제 후기처럼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음성 매체 자체에 높은 신뢰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커틴대학교 Tama Leaver 교수는 “아마존의 판매 우선 순위가 부정적 관점을 충분히 반영할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소비자가 별점 평균만을 종합한 요약보다, 극소수의 1점 리뷰를 더 중시한다는 점도 AI 설계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줌(Zoom)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나우만 다왈라타바드(Nauman Dawalatabad) 박사는 “AI가 쇼핑 결정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정확한 제품을 빠르게 찾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간결한 음성 설명으로 충동 구매가 늘어난다 해도 이는 기존 마케팅과 다르지 않다”며 “사용자가 목적 지향적 대화를 통해 요구 사항을 전달하면 AI는 정확한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요약은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지만, 개별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세부 사항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 CNBC 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