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AMZN)의 저궤도(LEO) 위성 인터넷 사업인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가 구축해 온 위성 광대역 인터넷 시장 지배력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발사 일정 가속화와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밀착 결합이 쿠이퍼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쿠이퍼가 상용 서비스 전면 확대 단계에 진입하면 스타링크를 효과적으로 추격할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스타링크는 전 세계 600만 명, 미국 내 2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쿠이퍼는 연말까지 285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릴 예정이며, 이르면 2026년 상반기 상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량만 놓고 보면 격차가 크지만, 출시 속도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바클레이즈의 판단이다.
주목해야 할 ‘하프 듀플렉스’ 단말 설계
쿠이퍼는 ‘하프 듀플렉스(half-duplex)’ 방식의 고객용 단말을 채택해 경량·고집적 설계를 구현했다. 이는 전송과 수신을 동시에 처리하지 않는 대신 높은 처리량(throughput)을 유지하면서도 부품 수를 줄여 제조단가를 대폭 낮춘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즈는 “스타링크 대비 제조원가가 상당폭 절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마리타임·정부 시장이 ‘황금어장’
바클레이즈는 소비자용 브로드밴드 외에도 해상(마리타임)·정부 부문에서 쿠이퍼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지목했다. 스타링크는 이미 7만 5,000척 이상의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AWS 인프라와 연계된 저지연·고성능 솔루션이 쿠이퍼의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소비자 시장보다 해상 통신 수요가 더 큰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소비자 외 영역, 특히 초기에 마리타임 시장이 쿠이퍼에 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중
AWS 클라우드 백본이 주는 경쟁 우위
쿠이퍼는 AWS의 글로벌 데이터센터·엣지 네트워크와 밀접히 통합돼 있다. 이는 위성-지상국 간 트래픽을 곧바로 AWS 백본으로 라우팅함으로써 지연시간(latency)을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클라우드·AI 워크로드와 연동된 부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스타링크는 독립형(stand-alone) 아키텍처 위에 자체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으나, 최근 지상국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국 무선 인터넷 평균 대비 8% 낮은 지연시간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스페이스X는 V3 차세대 위성을 2026년 상반기까지 쏘아 올려 대역폭을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Starship)’ 개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이 변수다.
산업 구조·기술 트렌드 해설
LEO(저지구궤도) 위성은 지구로부터 약 2,000km 이하의 낮은 고도에 위치해 지연시간이 짧고 신호 품질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궤도 유지와 지속적인 위성 보충이 필수적이라 발사 빈도·비용 관리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스타링크와 쿠이퍼 모두 다량의 미니 위성을 ‘비행 편대(constellation)’ 형태로 운영하며 지구 전역을 커버한다.
‘하프 듀플렉스’란 한 순간에는 송신 또는 수신 한 방향 통신만 가능한 방식을 뜻한다. 완전 양방향(풀 듀플렉스) 대비 구현이 간단하고 비용이 낮아, 경량 단말기 설계에 적합하다. 쿠이퍼가 이 방식을 채택한 것은 단말 가격 인하와 보급 속도 가속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망 및 전문가 의견
분석가들은 두 사업자가 소비자·해상·국방·우주 인터넷 등 다중 세그먼트에서 맞붙으면서, 가격·성능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본다. 특히 광섬유 인프라가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개도국·외딴 섬 지역에 고품질 인터넷을 공급함으로써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유엔(UN)과 세계은행(WB)은 고속 통신 접근성이 국가 경제 성장률을 최대 1.5%포인트까지 추가 견인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주 쓰레기’(데브리) 증가, 궤도 충돌 위험, 전파 간섭 등 부작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각국 규제 기관은 발사 승인·주파수 사용과 관련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결론
스타링크와 쿠이퍼가 주도하는 위성 인터넷 시장은 기술 혁신·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품질 개선의 수혜가 기대된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초기 투자비·위성 유지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안정적 수익 모델 발굴이 관건이다. 요약하자면, 쿠이퍼는 AWS 결합·비용 효율적 단말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스타링크의 독주 체제를 흔들 공세에 나섰고, 스타링크는 초고대역폭 V3 위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지구촌 연결성 강화라는 대의 아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바클레이즈 분석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