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com Inc.)이 영국 소매업체와 소비자들로부터 최대 40억 파운드(약 54억 달러)에 달하는 두 건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이들 원고 측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지배적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런던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Tribunal·CAT)이 25일(현지시간) 해당 소송의 개시를 허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을 상대로 제기된 이번 소송은 소매업체 측과 소비자 측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소송은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인증돼 영국 내 해당 피해 추정 인구가 자동으로 소송인단에 포함되며, 별도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소송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첫 번째 소송은 경쟁법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스테판(Andreas Stephan) 노리치대학교 교수1가 20만 명 이상의 제3자 판매자를 대표해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의 핵심 기능인 ‘바이 박스(Buy Box)’를 조작해 자체 물류 서비스(Fulfilment by Amazon)를 이용하는 제품을 우대함으로써 타사 판매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했다
고 주장한다. 해당 소송 가액은 최대 27억 파운드로 추산된다.
두 번째 소송은 소비자 권익단체 활동가인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가 수백만 명의 영국 소비자를 대리해 제기했다. 이들은 동일한 우월적 지위 남용 행위로 인해 최대 13억 파운드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계산했다.
‘바이 박스’란 무엇인가?
아마존 상품 상세 페이지 우측 상단에 위치한 구매 즉시 결제 버튼을 의미하며, 해당 버튼에 노출되는 판매자가 가장 많은 판매 기회를 확보한다. 업계에서는 바이 박스 알고리즘이 가격, 배송 속도, 재고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비공개다. 소송인은 아마존이 이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물류망(FBA)을 쓰는 판매자를 인위적으로 우대했다고 주장한다.
영국 ‘옵트아웃’ 집단소송 제도
CAT은 2015년 도입된 집단소송 제도를 통해 경쟁법 위반 사건에 한해 ‘옵트아웃’ 방식을 허용한다. 이는 영국 내 손해가 추정되는 모든 소비자·사업자가 자동 포함되는 제도로, 미국식 클래스액션과 유사하지만 판사가 먼저 ‘소송 요건 적합성’을 엄격히 심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마존 측 반박도 즉각 나왔다. 회사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소송은 근거가 없으며 법적 절차를 통해 그 사실이 명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마존은 영국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10만 개 이상의 비즈니스를 지원해 왔으며, 영국 내 물리적 상품 판매의 절반 이상이 독립 판매 파트너에게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소송 진행 전망과 시장 파급 효과
이번 사건이 본안 심리에 돌입할 경우, 영국 경쟁법 집행사례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 규모가 40억 파운드를 넘어서는 대형 사건이기 때문이다. 판결이 원고 측 손을 들어주면 아마존은 막대한 배상책임뿐 아니라 영국 내 플랫폼 운영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아마존이 승소하더라도 바이 박스 알고리즘의 투명성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의존도가 큰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도 이번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 투명성·공정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1) 스테판 교수는 영국 경쟁·소비자 정책 연구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소송에서 법대 교수 최초로 대규모 집단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