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멕시코 오악사카 원주민 마을 찾아 샌들 디자인 논란 공식 사과

독일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가 멕시코 남부 산악지대의 작은 원주민 마을 빌라 이달고 야랄락(Villa Hidalgo Yalalag)을 직접 찾아가 자사 신발 디자인이 현지 전통 문화를 무단 차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했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디다스 멕시코 법인 임원들은 목요일(현지시간) 오악사카(Oaxaca)주에 위치한 인구 2,000명 미만의 이 마을을 방문해 공식 사과문을 대면 전달했다. 이는 지난주 서면 사과를 발표한 데 이어 현장을 직접 찾아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추가 조치다.

논란의 핵심은 멕시코계 미국인 디자이너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가 디자인한 ‘Oaxaca Slip On’이라는 슬립온 신발이다. 현지 주민들은 이 제품이 자신들의 수공예 전통 샌들인 과라체(huarache)지나치게 닮았다고 주장했다. 과라체는 천연 가죽 끈을 수작업으로 엮어 만든 샌들로, 16세기부터 멕시코 중앙·남부 지역에서 이어져 온 토착 의복 문화의 상징이다.


“이번 사안이 불편함을 야기했음을 이해하며,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드립니다.” 아디다스 멕시코의 법무·컴플라이언스 책임자인 카렌 곤살레스(Karen Gonzalez)는 마을 야외 운동장에 모인 수십 명의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야랄락 공동체와 협업해 여러분의 문화유산을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 카렌 곤살레스, 아디다스 멕시코

행사는 전통 음악 연주와 원주민 의상 퍼레이드로 꾸며졌으며, 주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직조물과 액세서리를 착용해 문화적 자긍심을 표현했다.

야랄락의 에릭 파비안(Eric Fabian) 시장은 “약속을 지켜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우리의 문화유산은 세심히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마을 경제는 수공예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이달 초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아디다스를 공개 비판하며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기업의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로부터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멕시코 정부는 과거에도 주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원주민 문양과 디자인을 무단 활용했다고 지적해 왔다. 루이비통, 캐롤리나 헤레라, 자라 등 다수의 해외 기업이 비슷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 분석 및 시사점

이번 사건은 글로벌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단순 친환경 차원을 넘어 문화적 민감성(cultural sensitivity)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현지 문화를 차용할 때 ‘사전 협의·이익 공유·공정 보상’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멕시코 헌법 2조는 원주민 공동체가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보존·통제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어, 향후 비슷한 사례에 대한 법적 분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디다스의 신속한 현장 사과는 향후 브랜드 평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또한 문화 전유 논란은 브랜드 신뢰도, 투자자 관계(IR), 소비자 충성도와 직결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문화 존중’을 중시하는 Z세대 소비자가 전 세계 구매력의 27%를 차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례는 문화적 요소를 활용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지역사회와 ‘공생 협력’ 모델을 강화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아디다스가 언급한 공동 디자인·수익 공유 계획이 실제로 실행될 경우, 원주민 공예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모범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