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의 아드리아나 D. 쿠글러(Adriana D. Kugler) 이사가 오는 8월 8일 사임한다고 연준이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쿠글러 이사는 2023년 9월 13일 취임 이후 불과 11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며, 2025년 가을부터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교수로 복귀할 계획이다.
쿠글러 이사는 성명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구성원으로 봉사한 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며 “물가 안정과 견조한 노동시장 유지라는 연준의 이중 목표(dual mandate)를 달성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역할을 수행하게 돼 특히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중 목표란 무엇인가
연준의 이중 목표는 1977년 미국 의회가 연준법을 개정하며 공식화한 개념으로, ① 안정적인 물가와 ② 최대 고용을 동시에 달성·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면서도 고용을 훼손하지 않는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된다. 이는 단일 목표(예: 물가만)보다 정책판단이 복잡해, 중앙은행이 학계·정치권·시장 참여자와 꾸준히 소통해야 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재임 중 활동 내역
쿠글러 이사는 재임 기간 동안
금융안정위원회(Committee on Financial Stability), 연준 은행업무위원회(Committee on Federal Reserve Bank Affairs), 이사회 운영위원회(Committee on Board Affairs), 중소·지역은행 소위원회(Subcommittee on Smaller Regional and Community Banking)
등 다수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통화연구센터(CEMLA) 공식 대표로서 중남미 중앙은행들과 협력했고, 전체 12개 연방준비은행 지역 가운데 10곳을 직접 방문해 지역경제 현황을 점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쿠글러 이사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학문적 통찰을 이사회에 가져왔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사임 시점과 정치적 함의
쿠글러 이사의 공식 임기는 2026년 1월 만료 예정이었으나, 1년 5개월가량을 남겨둔 상태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온 상황과 맞물려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측은 2026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 후임 물색 작업도 병행 중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쿠글러 이사 후임을 차기 의장 후보로 키울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준 이사회 구성 변화가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금융시장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쿠글러 이사의 퇴진이 연준 내 균형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적 통화정책에 우호적인 인사를 후임으로 지명할 경우, 현 이사회의 점진적 금리 유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가 1년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이 ‘의장 승계 플랜’을 염두에 두고 이사회 인선을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정치적 인센티브는 통화정책의 독립성(independence) 논쟁을 재점화할 소지가 있다.
다만, 쿠글러 이사의 학계 복귀 자체가 ‘정치적 압력’보다는 개인적 연구·교육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결정일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조지타운대 경제학부 관계자는 연준 발표 직후 “쿠글러 교수가 다시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현 시점에서 연준 이사 7석 가운데 1석이 공석이 될 전망이다. 만약 상원이 후임 인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하면,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에도 일정 부분 공백이 발생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지연되고, 정책 시그널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동결 유지·인하 여부가 ‘경제 성적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인준 과정에서 금리 인하 성향 인사를 강력히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사진 교체’가 실제 기준금리 경로에 미칠 실질적 영향과, 그 과정에서 달러화·채권금리·주식시장 등 자산 가격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책 독립성의 역사적 맥락*
*참고: 1951년 재무부-연준 합의(Treasury-Fed Accord) 이후 연준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통화정책 독립성을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사진 지명권을, 상원이 인준권을 쥐고 있는 구조적 특성상, 정치권은 여전히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쿠글러 후임 지명 과정을 통해 백악관과 의회, 그리고 연준 사이의 미묘한 힘겨루기가 다시 한 번 가시화될 것”이라며 “인준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인플레이션 시각·노동시장 분석·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견해가 집중적으로 검증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맺음말
결과적으로 아드리아나 D. 쿠글러 이사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 변동을 넘어, 연준 정책 결정 구조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으로 평가된다. 향후 백악관이 어떤 인사를 내정하느냐, 상원이 얼마나 신속하게 인준하느냐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