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교역·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 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이번 검토는 국가 경쟁력, 인공지능(AI) 활용, 구조 개편에 따른 사회적 영향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5개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1년 반에 걸쳐 경제 비전을 재정립한다. 각 위원회는 2명의 정부 장관이 공동 의장을 맡고, 기업·학계·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2026년 중반까지 정책 권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간 킴 용(Gan Kim Yong) 부총리 겸 통상산업부 장관은 “싱가포르는 무역·투자 허브로서의 경쟁적 위치를 더욱 강화해 세계 경제에서 계속 존재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위기 요인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이 각종 관세를 인상함에 따라 싱가포르의 수출 의존형 경제는 압박을 받고 있다. 무역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하는 싱가포르에 관세 변동은 곧바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 중앙은행(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MAS)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2024년 4월 6.8%였던 싱가포르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7월 7.8%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세 상승은 철강·알루미늄 부문에 대한 추가 요율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출업체가 주문을 앞당기는 ‘front-loading’ 전략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위원회 구성 및 일정
경제 전략 검토(ESR·Economic Strategy Review)에는 총 5개 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별 구체적 세부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경쟁력 및 생산성 –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대응한 산업 구조 고도화 방안
2) 인공지능·디지털 전환 – AI 인프라, 인력 양성, 규제 개선
3) 노동시장·사회적 영향 – 재교육, 고령화 대응, 사회안전망 강화
4) 무역·투자 허브 전략 – 공급망 재편 대응, FTA 업그레이드
5) 지속가능성·녹색 전환 – 탄소중립 로드맵, 녹색금융 육성
각 위원회는 현장 청문, 이해관계자 간담회, 데이터 분석을 거쳐 2026년 6월까지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관세·‘베이스라인 관세’란?
기사에서 언급된 ‘베이스라인 관세(baseline tariff)’는 특정 국가·품목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기본 관세율을 의미한다. 현재 싱가포르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베이스라인 관세는 10%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 같은 특정 품목이 추가로 할증 관세를 적용받으면 전체 수출품의 실효 관세율(effective tariff rate)이 높아지게 된다.
실효 관세율 상승은 수출 마진 축소, 가격 경쟁력 약화, 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싱가포르에는 치명적인 요소다.
금융·통화정책 동향
MAS는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싱가포르 달러 명목효과환율(NEER) 밴드 기울기를 유지하며 ‘관망 모드’를 택했다. 이는 올해 두 차례 완화했던 정책 기조와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세부안이 확정될 때까지 MAS가 긴축·완화 모두를 유보할 것으로 본다.
올해 2분기 싱가포르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지만, 정부는 “관세 앞당기기 효과가 사라지면 점진적 둔화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전문가 시각
싱가포르국립대(NUS)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한 연구원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재점검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심성을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와 녹색 전환을 동시 추진해 ‘디지털·지속가능 허브’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다국적 회계법인 PwC는 보고서에서 “싱가포르는 국가 규모 대비 세계 최대 외환·상품·핀테크 거래 허브 중 하나”라면서, “규제 혁신과 인프라 투자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망 & 결론
관세 압력, 기술 패러다임 변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 겹의 도전에 직면한 싱가포르가 이번 ESR을 통해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책 권고안이 2026년 중반 공개되면, 정부는 후속 입법·예산 조정을 거쳐 2030년 로드맵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물류·인재 허브로 축적한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AI 중심의 새 성장 축을 결합한다면, 싱가포르는 여전히 동남아시아 경제의 핵심 교두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