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MAS)이 주식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해 S$11억(미화 약 8억5,6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세 곳의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S$50억 규모로 설계된 ‘주식시장 개발 프로그램(Equity Market Development Programme, EQDP)’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MAS는 “올해 말 추가 공동투자(co-investment) 운용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증시 기능 강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2024년 8월 당국과 민간 합동 점검 기구가 출범한 뒤 지속돼 온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의 연장선이다.
이번에 선정된 운용사는 아반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Avanda Investment Management), JP모건 자산운용(JP Morgan Asset Management), 풀러턴 펀드 매니지먼트(Fullerton Fund Management)다. 풀러턴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 전액 보유한 운용사다.
MAS는 선정 기준에 대해 “EQDP 목표와의 전략적 정합성, 싱가포르 자산운용 생태계 성장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100곳이 넘는 글로벌·지역·로컬 운용사들이 공동투자 자금 배정을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신청 물량을 고려해 일괄 심사 대신 ‘배치(batch)’ 방식으로 검토해 자본 집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MAS와 금융부문개발기금(Financial Sector Development Fund, FSDF)은 “싱가포르 상장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싱가포르 기반 운용사가 운용하는 전략”에 집중해 S$50억을 투자하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MAS는 “대형주 외에도 중·소형주로 투자 저변을 확대해 개인·기관 참여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MAS 관계자는 “자본시장 전반의 깊이(depth)와 폭(breadth)을 확충해 싱가포르를 아시아 대표 주식거래 허브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말했다.
벤치마크 지수인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Straits Times Index, STI)는 점검 기구 출범 발표가 있었던 2024년 8월 이후 지난 7월 18일까지 23.9% 상승했다. 이는 자본시장 개혁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개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용어·기관 해설
• MAS : 싱가포르 중앙은행 겸 금융감독원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통화정책·경상수지 관리뿐 아니라 자본시장 규제까지 담당한다.
• EQDP : ‘Equity Market Development Programme’의 약자로, 싱가포르 증시 거래 활성화와 운용 생태계 고도화를 목표로 한다.
• FSDF : ‘Financial Sector Development Fund’는 싱가포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 테마섹(Temasek) : 싱가포르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부펀드로, 글로벌 자산 3,820억 싱가포르달러(2024 회계연도 기준)를 운용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MAS의 거액 위탁은 정책·상업적 이해가 중첩되는 ‘관(官)·투자(投) 협력 모델’로, 단순 자본 투입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증시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와 투명성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쌓아왔으나, ‘대형주 편중’이라는 약점을 지적받아 왔다. EQDP를 통해 중·소형 성장기업의 상장·자금조달 통로를 확장할 경우, 싱가포르 자본시장은 홍콩·도쿄 증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번 1차 배분이 글로벌 하우스(JP모건)와 로컬 하우스(풀러턴·아반다)를 혼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계 운용사의 리서치·판매 네트워크와 현지 운용사의 시장 이해도가 결합될 때, 싱가포르 상장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거시 변수인 달러 강세·미국 기준금리 경로·중국 경기 회복 등은 싱가포르 시장에 외부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MAS가 설정한 1차 배분액(약 11억 S$)은 전체 계획(S$50억)의 22%에 불과해, 자금 투입 속도와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EQDP의 성패는 상장 규정 간소화·세제 인센티브·유동성 공급 메커니즘 등 종합적 생태계 조성에 달려 있다. MAS가 연내 발표할 ‘추가 공동투자 운용사’와 구체적 운용전략이 시장 심리에 추가 자극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율: 1달러 = 1.2845 싱가포르달러)기사에 명시된 기준 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