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umph of the Optimists”는 20세기 투자수익률의 역사를 조망한 고전으로 꼽힌다. 최근 몇 주간의 시장 흐름은 이를 빗대어 “신중한 낙관론의 구원”이라 불릴 만하다. 8월 초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시장은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에 고착됐다. 즉,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지만 그 이유가 실물경제의 급박한 구조적 위기 때문은 아니라는 관점이다.
2025년 9월 13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시나리오 덕분에 7월 말까지 이어지던 주식 랠리가 한숨 돌리며 과열된 모멘텀 종목의 열기를 식히고, 뒤처진 섹터에 숨통을 틔웠다. 변동성은 억제됐고 과도한 낙관론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S&P 500 지수는 4개월 이상 3% 이상의 조정 없이 상승세를 연장했다.
이번 주에는 다소 높은 수준이나 예상치에 부합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가 동시에 발표됐다. 이는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굳히는 한편, 기초 체력이 양호하다는 시장의 인식을 유지시켰다. 투자자들은 고용시장 둔화가 단순한 ‘데이터 노이즈’ 혹은 이민 억제·인구구조·관세 충격 등 일시 변수라는 해석을 택하면서 ‘좋은 소식형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채권시장 역시 이 시나리오를 지지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5개월 만의 저점 근처까지 떨어졌고,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Fed의 신뢰 훼손이나 체계적 리스크 확대 때문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속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관투자자의 분산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신용시장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는 Bespoke Investment Group 집계 기준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좁은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이는 ‘Fed의 금리 인하가 활동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디폴트 위험이 크지 않다고 시장이 판단함을 보여준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계, 그러나 아직은 미미
경제학자들과 다수 투자자는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그러나 현재 2.5%~3% 수준의 물가는 1990년대 이전의 장기 평균과 비교하면 특별히 높은 편이 아니며, Fed가 과도하게 긴축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다.
‘Misery Index’*—실업률과 CPI의 합계—로 보더라도 현재 수준은 역사적으로 양호하다.
* Misery Index는 1970년대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물가와 실업을 동시에 파악해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 수준을 간단히 측정한다.
S&P 500, 사상 최고치 돌파…범용적 상승세
이번 주 목요일 발표된 CPI 및 실업지표 이후 S&P 500 지수는 6,600선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을 주도한 것은 주택건설주·반도체주·소형주·은행주 등 경기순환 민감 그룹이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긴 휴지기 후 주가 고점 부근에서 금리를 인하’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힌트를 얻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완벽한 연착륙’과 IT 투자 붐이 동시 진행되던 시기의 기억이 시장 심리에 기저효과를 주고 있다.
다만 2022~2024년 사이클은 과거 통설을 번번이 뒤집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시작된 최초의 강세장, 장기간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오지 않은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랠리가 단기 피크인지 새로운 상승장의 초입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셀 더 뉴스(호재 매도)’ 우려도 고개를 든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실제 인하 발표 직후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 Bespoke에 따르면 S&P 500은 이번 주 1.6% 상승 후 50일 이동평균선 대비 2표준편차 이상 위에 위치, ‘극단적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시장 추세의 관성을 고려할 때, 과도한 낙관이 단기간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2024년 12월 ‘극단적 과매수’ 이후 두 달간 시장은 횡보하다 1분기 관세 이슈에서 조정을 받는 패턴을 보였다.
AI 테마 부활과 ‘매그니피션트 세븐’
이번 주 오라클(Oracle) 주가가 AI 데이터센터 서비스 관련 장기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급등했다. 이는 주춤했던 AI 테마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엔비디아(Nvidia)의 피로감, 인프라 구축이 과잉·부채 의존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매그니피션트 세븐’—빅테크 7개사—의 상관계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는 Macro Risk Advisors의 분석은 시장 내 안일함을 시사한다. 이 그룹은 여전히 시장 평균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나머지 493개’ 종목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대비 20배 수준으로 비슷한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
전설적인 시장 전략가 일레인 가르자렐리(Elaine Garzarelli)는 주간 보고서에서 “IPO·소형주·지연 주도주가 순환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단계로 진입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1987년 블랙먼데이를 예측한 바 있는 인물로, “아직 과열은 오지 않았지만 투기적 정서가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해설: 과열·침체 중간지대에서의 투자 전략
① 리스크 관리 — 기술·성장주 중심 포트폴리오라면 금융·리츠·소형 가치주 등 방어적 섹터로 분산이 필요하다.
② 채권 배분 — 금리 인하 기대에 지나치게 쏠린 듀레이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단기물·물가연동채(TIPS) 혼합 전략이 고려된다.
③ 현금 활용 — 단기 실적 모멘텀이 낮아질 경우를 대비해 일정 비중의 현금 및 대안자산(금·원자재)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신중한 낙관’은 아직 유효하지만, 가격·밸류에이션·심리가 동시에 고점권에 근접한 만큼 ‘안전마진’이 줄어들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Fed의 실제 행동, 경제지표 추세, 지정학적 이벤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4분기 이후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