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라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5년 9월 1일 톈진(天津)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사상 최대 규모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 분야의 연대 강화를 제안하며 “냉전적 사고방식(Cold War mentality)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중국·러시아·인도·터키 등 20개국 이상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SCO 창설 이후 가장 큰 외교 무대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개막 연설에서 “SCO 회원국 간 인공지능 협업 체제를 구축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840억(약 112조 원)을 다른 SCO 회원국에 투자했음을 상기시키며, 10,000명의 유학생에게 베이징의 직업교육 프로그램 ‘루반(Luban)’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는 SCO가 ‘고품질 발전’의 새 단계로 도약할 역사적 기회”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인도 정상과의 교류
“A stable relationship and cooperation between India and China and their 2.8 billion peoples … are necessary for the growth and development of the two countries.” — 인도 외교부 공식 성명
시 주석은 본회의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단체 사진 촬영 시간을 가졌다. 러시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베이징 군사 퍼레이드 참석차 이번 주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주말 동안 시 주석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포함해 10여 명의 지도자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특히 8월 31일 열린 시–모디 회담에서는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는 양국 공식 발표가 나왔다.
중국의 ‘글로벌 중재자’ 자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미·중 무역 갈등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중국은 SCO를 통해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중국과 세계화 센터’ 왕후이야오(王辉耀) 이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가 관계 개선에 나서는 만큼 파키스탄과의 긴장 완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BCA리서치 산하 GeoMacro Strategy의 수석전략가 마르코 파픽은 이메일 분석에서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결정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불안정 요인’으로 몰아붙이는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고 평했다.
향후 전망과 공동성명
이틀간 일정이 끝나는 9월 2일, SCO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경제·안보·문화 협력을 망라한 ‘톈진 선언’ 발표를 예고했다. 중국 최고위 외교 관료인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은 1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회의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업계 관측통들은 “SCO를 통한 중국의 다자외교 강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흥시장 인프라 투자 확대, AI 기술 표준 주도권 확보와 맞물려 장기적 지형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용어 해설
SCO(상하이협력기구)① :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6개국이 창설한 안보·경제 협력체다. 현재 인도·파키스탄·이란 등이 정회원으로, 총 20여 개국이 회원·옵서버·대화파트너 지위를 보유한다.
루반(Luban) 워크숍② : 중국 직업기술 교육 모델을 해외에 전수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실습 중심 커리큘럼과 산학 연계 훈련이 특징이다.
냉전적 사고방식③ : 1945~1991년 미·소 양극 체제에서 비롯된 ‘제로섬’ 대립 관점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이를 배격함으로써 다자주의·협력 외교의 필요성을 부각하려 했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은 “중국이 강조한 AI 공동 연구·개발은 기술 탈동조화(decoupling)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SCO 회원국 상당수는 고성장 신흥시장으로, 데이터·인프라 투자 수요가 높다. 중국이 자본·기술·표준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AI 생태계의 ‘위안화 블록’ 형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일부 서방 전문가는 ‘중국판 글로벌 거버넌스’ 확대가 국제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지원·투자·교육” 등 구체적 이행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순 선언을 넘어 실질적 파급력을 노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