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되 대규모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찰스 로빈스(Chuck Robbins)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많은 직원을 줄일 생각은 없다”며 “특히 엔지니어 인력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경쟁우위”라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로빈스 CEO는 진행자 짐 크레이머(Jim Cramer)가 ‘에이전틱(Agentic) AI’가 가져올 비용 절감 효과를 물었을 때도 동일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부분의 동종업계 CEO들은 AI가 정착되면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에이전틱 AI란 무엇인가?
에이전틱 AI는 사람과 유사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디지털 시스템으로, 고객 서비스처럼 감독이 적게 필요한 업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같이 난도가 높은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작업을 완료하는 AI’로, 기업이 운영비 절감과 사업 속도 가속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로빈스 CEO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력 감축이 아닌 기술 활용을 통한 업무 효율 극대화”라며, 이미 보유한 엔지니어가 더 빠르게 혁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IT 기업과 다른 행보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mazon)은 올해 초 수천 명의 직원을 감축했고,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 초 세계 인력 약 9,000명을 줄였다. 로빈스 CEO는 “경쟁사들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지만, 시스코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2025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시스코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고, 미세하게 상향된 가이던스도 제시했다. 특히 AI 인프라 수주액은 2025년 회계연도 목표였던 1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으며, 4분기 한 분기 수주만으로 8억 달러를 넘어섰다.
웹스케일(Webscale) 고객 — 로빈스 CEO는 “에이전틱이 웹스케일 고객들의 최종 목적지”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웹스케일 고객이란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 기업을 가리킨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7월 중순 CNBC 투자자 클럽(Club)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편입됐다. 제프 마크스(Jeff Marks) 클럽 포트폴리오 분석 담당 이사는 “시스코의 실적은 수주가 선행 지표”라며 “주가가 69달러 밑으로 더 조정되면 추가 매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가는 이번 주 월요일 52주 최고가인 72.55달러를 기록한 뒤 1.5% 하락했다.
보안 부문, 스플렁크(Splunk) 효과 지연 — 시스코는 2024년 3월 280억 달러 규모의 스플렁크 인수를 완료하며 보안 역량 강화를 약속했지만, 해당 부문은 미국 연방정부 예산 삭감 여파로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방정부 매출을 제외하면 보안 부문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시장 전문가 시각 —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전략은 직원 사기·기술 경쟁력·장기 비용 구조를 동시에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인재 유지를 통해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이자, 맞춤형 AI 솔루션 구축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다가올 대규모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과제로는 ①AI 관련 매출 구체화, ②스플렁크 통합 성과, ③연방정부 매출 회복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수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2025년 이후가 시스코 재평가의 분수령”이라고 전망한다.
※용어 설명 — ‘웹스케일(Webscale)’: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 단위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 혹은 그 인프라 자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