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데이터센터 급증, 물 절감 계획 모호한 채 인가…주민 공급 불안 고조

[바이런 케이 기자]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 관할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가 데이터센터 건립을 승인하면서도 구체적이고 계량화된 물 절감 계획을 요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 급성장으로 서버 냉각용 용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이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직접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NSW 주정부는 2021년 개발 인허가 권한을 확대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블랙스톤 계열 에어트렁크 등 10곳의 데이터센터 신청서를 모두 승인했다. 승인 대상 사업의 총 건설비는 66억 호주달러(약 43억5천만 달러)에 달하며, 완공 시 연간 9.6 기가리터(GL)음용 가능 물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드니 최대 공급량의 약 2%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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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용 해설*1 : 1 기가리터(GL)는 10억 ℓ, 즉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400개 분량이다. 데이터센터는 수천 대의 서버를 24시간 가동·냉각해야 하므로 막대한 물이 필요하다.


NSW 주 도시계획법은 개발자가 “에너지·물·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입증”하도록 규정하지만, 절감량을 수치화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다. 이번에 승인된 10개 가운데 절반 이하만이 빗물·재생수 등 대체 수원으로 절약할 물량을 추정치라도 기재했다.

시드니워터(Sydney Water)로부터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자문을 모두 받았다”고 NSW 기획부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밝혔다.

그러나 같은 시드니워터가 로이터와 공유한 장기 수요 전망에 따르면, 2035년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물은 최악의 경우 연 135 GL, 즉 시드니 가용량의 4분의 1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센터들이 냉각 효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전제 아래서도 나온 숫자지만, 구체적 목표치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 시드니 생활용수는 워런가 수력댐 1곳과 담수화 플랜트 1곳에 의존하고 있다. 2019년 극심한 가뭄과 산불 당시 530만 시민은 정원 물 주기와 세차를 금지당한 바 있다.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웨스턴시드니대 이언 라이트 환경과학 부교수(전 시드니워터 과학자)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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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더 지어질수록 가뭄 시기의 ‘갈증’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제 공백과 ‘2000억 달러 데이터 붐’

AI와 클라우드 확산으로 전세계 데이터센터 투자는 2,000억 달러 규모로 팽창 중이다. 미국·유럽 등은 물 사용 규제를 도입했지만, NSW는 “식수 사용 최소화 조치가 포함됐다고 정부가 만족한다”는 단서만 두고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에 승인된 10개 신청 가운데 세 곳만이 빗물 활용 등을 통해 공공수도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겠다는지 수치로 제시했다. 예컨대 최대 규모(320 MW)의 에어트렁크 시설은 빗물 수확으로 식수 사용량을 0.4% 절감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에어트렁크 대변인은 “초기 계획서는 피크 수요 기준이었고, 최근 제출한 모델링 결과 실제 사용량은 대폭 낮아질 것”이라며 “재생수로 거의 전환하도록 시드니워터와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보유한 부지에 승인된 두 센터 중 한 곳은 최대 15% 절감 목표를 제시해 가장 과감했다. 두 시설은 전력 195.2 MW를 소비하고 빗물 전환 전 기준 연 92 ML의 식수를 필요로 한다. 아마존은 “호주 데이터센터는 1년 중 95.5%는 팬 냉각을 사용해 물을 쓰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신청한 두 곳 중 한 곳은 12% 절감 목표를 기재했다. 구체적 설명은 거부했다.


지자체 반발 — “주민용수 먼저”

주정부는 2029년까지 주택 37만7,000호 신규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시드니 외곽 기초자치단체들은 제한된 물 공급을 두고 센터와 주택이 경쟁할 상황을 우려한다.

블랙타운 시의원 다미엔 애트킨스는 “많은 데이터센터가 별 논의 없이 지어졌다”며 “이제라도 더 강한 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부 레인코브 시는 물 사용 문제를 들어 승인권 환수를 요구했으며, 이웃 라이드시 역시 운영 중 5곳, 계획 중 6곳의 데이터센터가 자치구 공급량의 3%를 차지할 것이라며 모라토리엄(승인 중단)을 촉구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에어트렁크 단지가 들어설 예정지 인근에서 작은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멕 선 씨는 2019년 가뭄 때 스프링클러를 끄고도 시드니워터에서 물을 구매해 점적 관개로 근근이 버텼다고 회상한다.

“다음 가뭄 때 데이터센터까지 물을 더 많이 가져가면 우리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 멕 선

(주: 달러 환율 1 미국달러 = 1.5161 호주달러)


※ 용어 설명
데이터센터 :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위한 서버·스토리지를 상시 운용하는 시설.
기가리터(GL) : 10억 ℓ. 올림픽 수영장 400개 상당 부피.
재생수(Recycled Water) : 생활하수를 정화해 농업·산업용으로 재활용한 물.
모라토리엄(Moratorium) : 일정 기간 동안 신규 인허가나 법 집행을 유예하는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