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서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이사회의 공식 명칭은 Board of Governors)에 지명한 스티븐 미런이 빠르면 다음 주 초 상원 인준 절차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9월 15일(월) 본회의 표결을 목표로 미런 인준을 신속 처리할 계획이다. 폴리티코는 의회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일정이 현실화될 경우 미런은 9월 16일(화)부터 시작되는 연준의 이틀간 통화정책회의(FOMC)에 곧바로 참석하게 된다고 전했다.
상원 인준 절차는 통상 인사청문회 이후 일정이 잡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목요일(12일) 본회의에 미런의 지명을 상정해 신속 표결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월요일 저녁 1차 절차적 표결에 이어 두 시간 뒤 최종 인준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연준 이사회 구성과 정책 결정 구조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핵심 의결 권한을 지닌 7인의 상설 이사 체제다. 각 이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며, 14년 고정 임기를 갖는다. 다만 중도 사퇴‧사망 탓에 발생한 결원을 채울 경우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수행하게 된다.
“미런의 단독 투표로 당장 금리 인하‧동결의 저울추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정책 논의에 보다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고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미런, CEA 의장 직에서 Fed 이사로 이동
현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1 의장을 맡고 있는 미런은, 올해 초 돌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2026년 1월 만료) 동안만 임시로 연준 이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CEA1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거시경제 전망과 정책 자문을 담당한다. 연준과 달리 직접적인 금리 결정권은 없지만, 백악관의 정책 기조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파월 의장, 금리 인하 시사…시장 “폭은 미지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인하 폭에 대해선 말을 아꼈고, 시장 역시 25bp(0.25%포인트) 또는 50bp 인하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고용·물가 지표가 동반 둔화하면서 9월 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만약 미런이 16일 회의부터 표결권을 행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는 리사 쿡·필립 제퍼슨·미셸 보먼 등에 이어 4명으로 늘어난다. 정치적 균형을 중시하는 연준 전통상,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과반을 넘으면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사 쿡 해임 추진은 제동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내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다 연방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해, 당분간 연준 내부 세력 구도는 현 상태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함의
전문가들은 이번 인준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1년 전 통화정책 지렛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완화 국면에서 백악관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모색하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가 트럼프의 재집권 전략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준의 ‘이중 책무’—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고려할 때, 정책 결정의 최종 변수는 여전히 경제 지표일 수밖에 없다. 시장은 미런이 비교적 완화적(dovish)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하지만, 실제 표결에서 파월 의장과 다른 이사들의 견해가 어느 정도 조율될지는 미지수다.
1) Council of Economic Advisors(CEA): 1946년 고용법(Employment Act)으로 설립된 대통령 자문 기구. 3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 전반을 보고·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