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미런 연준 이사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징후 없다”…FOMC 내 소수 의견

[워싱턴 D.C.]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대세계 무역 관세가 “거시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ephen Miran CNBC

2025년 9월 1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런 이사는 CNBC 경제 프로그램 ‘Money Movers’에 출연해 “나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소수파”라며 “2018~2019년에도 같은 시각을 견지했고, 지금까지의 물가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승리의 랩(victory lap)’을 돌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

그는 “상대가격(relative price)은 언제나 변동하지만, 통화정책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거시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인플레이션인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런 이사는 9월 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다수 의견에 반대하고,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12명 위원 중 유일한 ‘디센터(dissenter)’였다.

그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며 “수입에 민감한 핵심재(輸入集約적 재화)의 물가와 전체 핵심재 물가 간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다. 만약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린다면, 수입재 쪽이 훨씬 빨리 오르는 현상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핵심재 물가상승률과 해외 주요국의 그것 사이에도 ‘판별 가능한 추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세가 미국의 물가에 실질 영향을 준다면 통계로 확인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목

“관세가 미국 물가를 밀어 올렸다는 실증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 — 스티븐 미런 연준 이사

그러나 다수의 물가 지표는 2025년 현재 연준의 중장기 목표치 2%를 상회하고 있으며, 위원회 전망에 따르면 물가가 2% 수준으로 복귀하는 시점은 2028년으로 제시돼 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미런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세제 정책 불확실성이 상반기 성장률을 기대보다 낮추긴 했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민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간에 수백만 명의 이민자가 유입되면 주거비가 상승한다”며 “반대로 국경을 봉쇄하고 순(純)이민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물가에 매우 하향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사 배경 및 임기

미런 이사는 9월 15일 상원 인준을 통과해 공식적으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돌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전 이사의 잔여 임기(2026년 1월 31일 만료)를 채울 예정이다.

인준 청문회에서 미런 이사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직을 완전히 사퇴하지 않고, 무급 휴직 형태로 직을 유지하면서 연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 내 금리·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통상 1년에 8차례 열리며, 회의 직후 기준금리(정책금리) 인상·동결·인하 여부를 발표한다. ‘벤치마크 오버나이트 렌딩 레이트(기준 초단기 대출금리)’는 상업은행 간 초단기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연준이 가장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수단이다.


기자 분석 및 전망

미런 이사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 온 ‘공급 측’(supply-side) 경제학자다. 그는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관세 인상은 상대가격 변화일 뿐, 총체적 물가에는 제한적 영향을 준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피력해 왔다. 당시 일부 투자은행·경제학자들이 ‘관세발(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는 2%대 초반을 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0.50%포인트 추가 완화 의견이 소수였다는 점은, ‘고물가와의 싸움’이 여전히 연준 주요 과제임을 시사한다. 다만 미런 이사 같은 비둘기파(dovish) 목소리가 커질수록, 실물경기 둔화 조짐이 확인될 때 연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시장은 2026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합류한 미런 이사가 통화정책 결정을 넘어, 연준 내부 인사 지형에 ‘친(親)공급 측’ 색채를 남길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아직 회의록 작성, 의사소통(communication) 전략 수립 등 핵심 업무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발휘할 시간이 있다.

향후 관세의 물가 영향, 이민 정책에 따른 주택시장·노동시장 변화, 그리고 2026년 이후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는 미런 이사가 제시한 ‘비(非)전통적 변수’가 연준 내 논의를 어떻게 재편할지 가늠할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