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직까지 동시에 맡겨야 한다는 파격적 제안을 내놓았다.
2025년 9월 1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배넌은 전 백악관 대변인 션 스파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최소한 중간선거까지는 베센트가 재무부와 연준을 모두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선거가 끝난 뒤 재무장관직을 내려놓고 연준 의장에 전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현지시간 9월 19일(금) 오후 6시에 공개될 예정이며, CNBC의 에이먼 제이버스 기자가 사전 입수해 내용을 전했다. 배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7개월간 재직했으나 2017년 경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치권에서 여전히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백악관, 즉각 선 긋다
“그런 식의 인사 구상은 검토된 적도, 고려된 적도 없다.” — 백악관 대변인
백악관 관계자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그러한 겸직 방식은 백악관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배넌의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 다수다.
겸직 가능성, 역사적 선례는?
1935년 은행법(Banking Act of 1935) 이전에는 재무장관이 연준이사회(BOG)의 당연직(ex-officio) 위원으로 참여했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을 동시에 맡은 사례는 공식적으로 한 번도 없었다. 재닛 옐런 전 의장이 2018년 연준 의장직을 마친 뒤 2021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적은 있지만, 이는 시차가 있는 순차적 재임이었다.
전문가들은 재무부와 연준이 통화·재정정책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된 구조라는 점에서, 두 직책을 한 인물에게 집중시키면 정부 권력 남용이나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베센트,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물색 중
현재 베센트 장관은 오는 2026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자를 찾는 태스크포스(11명의 후보)를 이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자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베센트는 공개 석상에서 “재무부 업무에 만족한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연준이 “금리를 과감하게 내리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해 왔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의장 인선 과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Ex-officio(당연직)는 특정 직위를 보유할 때 자동으로 다른 기관의 구성원 자격을 부여받는 제도를 뜻한다. 1935년 이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이사회에 별도의 인사 절차 없이 참여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통화정책·금리 조정·물가 관리 등 기능을 수행한다. 재무부(Treasury)는 세입·국채 발행·재정정책을 담당한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와 유사하지만, 미국은 두 기관이 분리·독립돼 있어 정책 간 분업과 견제 체계가 뚜렷하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분석가들은 배넌의 겸직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행정부가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국채 금리 상승이나 달러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재무장관이 통화정책까지 관장할 경우, 재정적자 확대를 위해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버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올해 9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경제·안보 대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연준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겸직설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결론
배넌의 발언은 트럼프 진영 내부의 금리 인하 압박과 향후 연준 인사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백악관이 즉각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만큼, 실제 인사 구도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정치적·법적 장벽이 존재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중간선거 결과와 금융시장의 반응, 그리고 베센트가 주도하는 차기 의장 인선 작업이다.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방향성이 어느 지점에서 조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