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ZENSTORF, Switzerland (로이터) — 스위스 정밀 기계 제조사 K.R. 피프너(K.R. Pfiffner)의 물류 담당 직원 노르베르트 슈토이어(59)는 회사에서 30여 년을 근무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와 부진한 자동차 산업의 여파로 전체 105명 중 80명이 감원 대상에 오르면서 그 역시 해고 예정자 명단에 포함됐다다.
피프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로버트 보쉬와 같은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사용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정밀 가공 설비를 만드는 기업이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 관세와 중국이라는 핵심 수출 시장의 둔화에 직격탄을 맞으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다.
이 같은 업황 침체는 피프너의 주요 유럽 고객사가 다수 위치한 독일과 같은 제조 강국의 완성차·제조업 전반을 강타했다. 대만계 FFG(Fair Friend Group) 산하인 피프너는 8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해당 발표로 미국향 수주가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고 전했다다.
“폭탄이 터진 듯했다.” 슈토이어는 중서부 스위스의 마을 우첸스도르프(Utzenstorf)에 위치한 본사에서 단행된 감원 발표를 이렇게 표현했다다.
내년 여름 해고가 예정된 그는 자신의 앞날을 우려했다.
“늘 구인 수요가 있다고들 하지만, 59세를 과연 채용하려 하겠는가.”
“우리 생애에 보지 못한 일”
피프너의 사례는 유럽 제조업 공급망 하류에 놓인 기업들이 처한 도전 과제를 보여준다. 스위스의 실업률은 3%로 낮은 편이지만, 2023년 초 2% 미만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 단체 스위스멤(Swissmem)은 미국 관세가 유지될 경우 2026년 말까지 기계·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약 3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다.
피프너의 고객사인 로버트 보쉬는 1만3,000명 규모의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와 콘티넨탈(타이어)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다.
6월까지 1년 동안 독일 제조업체들은 11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했는데, 이는 그 전 12개월 대비 4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EY(언스트앤영) 컨설팅의 연구는 밝혔다. 그보다 1년 전에는 6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었다다.
독일상공회의소(DIHK) 볼커 트라이어 대외무역 책임자는 “우리 생애에 본 적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다.
미 관세 충격, “사업 자체를 멈춘다”
스위스는 미국의 39% 관세에 직면하며 수출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목요일에는 미국과 스위스가 관세 인하에 근접한 합의에 다다르며 일부 일자리가 보전될 여지가 생겼다는 소식도 전해졌다다.
피프너의 경우, 트럼프 관세는 미국 내 수주 파이프라인에 치명타를 가했다. 안드레아스 에발트 피프너 CEO는
“그 관세는 어떤 사업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며, 달러 약세로 인해 자사 수출품의 미국 내 가격이 약 50% 더 비싸진 효과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다.
유럽 전역에서는 고용에 대한 압박이 넓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노동시장은 3분기에 냉각 조짐을 보였고, 유럽 기업들은 매출 정체 속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비용 절감을 늘려가고 있다다.
한편 미국에서는 10월 해고가 20년 넘게 같은 달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다.
“지금은 하강 나선… 곳곳이 어렵다”
우첸스도르프의 광활한 피프너 공장 바닥에서는 일감 감소로 인력이 듬성듬성 보일 정도다. 에발트 CEO는 모회사 FFG가 일부 기술과 생산을 미국 공장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다.
감원 논의는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고 있다.
슈토이어는 “지금은 어디서나 하강 나선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새 차, 새 TV, 새 휴대폰을 사는 대신 돈을 저축한다. 그리고 그 여파는 이어진다”라고 말했다다.
맥락과 용어 설명
관세는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부과 시 수입국 내 판매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된 39% 관세는 스위스의 대미(對美) 수출 기업들에게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직접적 부담을 준다다.
스위스멤(Swissmem)은 스위스 기계·전기·금속 산업을 대표하는 업계 단체다. FFG(Fair Friend Group)는 대만에 기반을 둔 다국적 공작기계·산업장비 그룹으로, 피프너는 이 그룹의 일부다. EY(언스트앤영)는 글로벌 컨설팅·회계 법인으로, 기사에서는 독일 제조업 고용 변화에 관한 연구 자료의 출처로 인용됐다다.
해설: 유럽 제조업 밸류체인에 번지는 이중 충격
이번 사례는 관세라는 정책 변수와 수요 둔화라는 경기 변수가 동시에 작동할 때, 고가의 자본재(예: 다축 가공기, 전용선 등)를 공급하는 정밀 기계업체가 얼마나 빠르게 수주 공백에 직면하는지 보여준다. 관세는 직접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미국 내 고객의 구매 의사를 떨어뜨리고, 환율(달러 약세)은 그 효과를 증폭시킨다. 더불어 자동차와 같은 경기민감 섹터의 투자 지연은 설비 제조업에 시차를 두고 더 큰 충격을 준다다.
유럽 전역의 고용·투자 지표가 동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통상 비용절감과 생산거점 재배치로 대응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FFG의 미국 이전 움직임은 관세 회피와 고객 근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형적 선택지다. 그러나 이는 본국의 고용 위축과 지역경제 파급이라는 역효과를 동반하며, 슈토이어의 발언처럼 소비 위축 → 수요 둔화 → 추가 감원의 부정적 나선을 촉발할 수 있다다.
결국 피프너에 드리운 어려움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무역정책·환율·글로벌 수요가 맞물린 거시적 환경의 산물이다. 관세 관련 미·스위스 간 협상이 진전에 따라 일부 완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자동차 업황과 유럽 전반의 투자 사이클 개선 없이는 정밀 기계 같은 설비재의 본격 회복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