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15% 룰’은 단발 정책이 아닌 새 통상 패러다임의 서막이다
2025년 8월 11일, 백악관이 엔비디아·AMD와 체결한 중국 판매 매출 15% 공유 계약은 단순한 수출 라이선스 조건을 넘어, 향후 최소 5~10년간 미국 증시와 거시경제의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번 조치를 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제도화 ② 반도체 공급망·가격 체계 재편 ③ 인플레이션과 생산성 경로 변화 ④ 기업 실적·밸류에이션 프레임 전환이라는 네 축에서 분석해본다.
1.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현황과 2030 전망
연도 | 글로벌 AI 칩 시장규모(억달러) | 엔비디아 점유율 | 중국 내수 비중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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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 650 | 78% | 27% | 수출 통제 1차 충격 |
2025E | 1,150 | 65% | 30% | ‘15% 룰’ 첫 적용 |
2030E | 2,800 | 50% 이하 | 35~40% | 중국 자급률 40% 시나리오 |
자료: IC Insights, IDC, 본 칼럼 추정
표에서 보듯 중국 수요는 절대 규모·비중 모두 확대된다. 규제 → 디커플링 → 현지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엔비디아·AMD가 일정 기간 ‘15% 수익세’를 감내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동시에, 중국은 화웨이 Ascend·바이두 Kunlun 같은 토종 칩을 키워 2028~2030년 자급률 40%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2. 15% 매출 공유 모델의 법적·제도적 메커니즘
- 무역확장법 232조·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조합으로 ‘국가안보 목적 수수료’ 조항 신설
- 라이선스 유효기간 12개월, 매 분기별 실사·세무 감사
- 재무부 세입 항목: AI Technology Security Fee (ATSF) 신설 → 일반 세입예산 편입
- 위반 시 2배 추징 + 라이선스 5년 정지
이 구조는 다른 전략물자(양자컴퓨터, 배터리, 첨단소재)에도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15% 룰’은 관세·수출통제 중간지대에 놓인 새 통상 장치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3. 기업 실적·밸류에이션에 미칠 장기 충격
엔비디아를 예로 들어보자. 2024 회계연도 보고서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19%. 매출 총이익률(GPM) 76% → ATSF 15% 납부 시 순이익률은 약 –2.3%p 하락한다.
시뮬레이션: 2026E 기준
- 중국 매출 300억달러 × 15% = 45억달러 ATSF
- 해외·미국 매출 지속 성장 가정 시 EPS 희석 효과 –8%
- 그러나 예상 PER(35배)이 32배로 리레이팅될 경우, 주가 하락 압력 8~10%
하지만 옵션 가치도 있다. ‘미국 정부 보증’ 라이선스라는 안전판 덕에 칩 출하 중단 리스크가 상당 폭 낮아진다. 2027~2028년 글로벌 AI 수요만 놓고 보면, 중국 매출 유지가 무(無)·준(準)독점 지위를 연장할 수도 있다.
반면,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처럼 생산·설계 분리(Synapse effect) 비즈니스는 거래처 다변화로 완충 가능성이 높다. 즉, 설계사(IP)보다 제조사·장비사 쪽이 중장기 밸류에이션 리스크가 낮다.
4. 거시경제 경로 – 인플레이션, 생산성, 달러 지수
① 물가 영향
15% ATSF는 원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터미널 단계(데이터센터 구축)에서 30~40%로 추정된다. AI 서비스 사용료(SaaS)·클라우드 가격이 2026~2027년 연 2%p 추가 상승한다면, 헤드라인 CPI를 0.1~0.15%p 끌어올릴 수 있다. 한편 AI 생산성 향상 효과가 2028년 이후 본격화되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10y BEI)을 되돌리는 상쇄 효과도 발생한다.
② 생산성・임금
Generative AI 도입이 노동생산성 연 1.5%p 향상을 유발할 경우, 2030년까지 GDP를 7,500억~1조달러 추가 확대할 것이란 CBO 시나리오가 있다. ATSF로 인한 비용 증가분(연 150억~200억달러)은 GDP+물가 효과에서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결론: 중장기 총요소생산성(TFP) 파급 > 단기 비용 충격.
③ 달러 지수·국채금리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이 달러 강세(디커플링)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ATSF 수입은 재정적자 축소(연 200억달러 내외)에 기여해 장기금리(UST 10y)를 5~8bp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
5. 지정학·외교: ‘기술 사용료’의 국제 확산
미국이 전례를 만들면 EU·일본·한국도 전략물자에 ‘안보 수수료’를 둘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배터리 소재 등 자원 카드로 대응할 것이다. ‘관세+수수료 맞불’이 발생하면 글로벌 가치사슬이 양자 블록으로 더 명확히 분리된다.
특히 GCC(걸프국가)·인도·ASEAN은 중간지대에서 ‘양측 모두와 거래’를 택해 전략적 프리미엄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6. 투자전략 – 3·5·10년 자산 배분 로드맵
[1] 3년: 변동성 헤지와 초과수익 병행
- 반도체 소재·장비(EDA, 소재 가스) → 필수 공급망
- 고효율 전력반도체(SiC, GaN) → AI 서버 전력 소모 확대 수혜
- 달러 강세 헤지: 원자재 통화(호주달러) 및 금・은
[2] 5년: 글로벌 파운드리 및 Edge AI
- 다국적 파운드리(삼성·TSMC) 증설 싸이클 진입
- Edge AI SoC(세미디자인 팹리스) → 규제 우회 수요
[3] 10년: 생산성 테마 ETF·디지털 인프라 REITs
- AI 생산성 ETF(티커: GPTX 등) → TFP 장기 상승 베팅
- 데이터센터 REITs → ATSF 비용 전가에도 수요 불변
7. 리스크 시나리오와 대응 체크리스트
- 중국, 희토류·태양광·배터리 핵심소재 ‘수출세’ 맞대응 → 원자재 인플레
- 미 의회, ATSF를 초과이익세(super profit tax)로 확대 → 기술기업 이익률 추가 하락
- AI 버블 붕괴 시 CAPEX 축소 → 파운드리 증설 과잉 리스크
- 정권 교체로 정책 지속성 훼손 → 라이선스 불확실성 증폭
8. 결론 – “15% 룰은 끝이 아니라 시작”
ATSF 모델은 무역·기술·안보를 한데 묶은 복합 통상 무기다. 단기적으론 기업 마진과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생산성 효과, 세수 확보, R&D 재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 기반을 두텁게 할 수도 있다. 투자자는 ‘규제=부정적’이라는 단순 도식을 넘어, 정책·기술·수요가 교차해 만들어낼 새 밸류에이션 룰을 선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2025 이중석 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