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인텔 주식 20억 달러 매입해 美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

소프트뱅크 그룹(도쿄증권거래소: 9984)이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NASDAQ: INTC) 보통주 2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투자는 양사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 제조 기반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인텔 주식을 주당 23달러에 인수한다. 이는 같은 날 인텔 정규장 종가 23.64달러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지만, 거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애프터마켓에서 인텔 주가는 4.7% 급등해 24.7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자금 수혈이 인텔 재무구조 개선과 설비투자 확대에 숨통을 틔워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생태계가 더욱 확대될 것이며, 그 중심에 인텔이 설 것이라는 믿음을 담았다’ —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 회장은 공식 성명에서 미국 제조 역량 강화 기조 속에 인텔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했다.

리브-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도 ‘이번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가진 인공지능(AI) 포트폴리오와 인텔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한 인텔의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공장 건설 일정 조정제품 로드맵 재정비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해 왔다.

미·중 기술 경쟁 속 ‘CHIPS Act’의 의미

미국 정부는 2022년 발효된 ‘CHIPS 및 과학법(CHIPS Act)’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에 보조금·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측은 CHIPS Act 보조금 일부를 인텔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최대 10%까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가 결합될 경우, 인텔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해 온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의 현금 흐름을 개선할 여력을 얻게 된다.

‘파운드리’와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인텔

인텔은 NVIDIAAMD가 주도한 AI 칩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데다, TSMC가 미세 공정 기술을 선도하면서 공급 계약 다수를 잃었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 탓에 고정비 부담이 크고, 공정 전환이 늦어질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투자로 인텔이 2나노 이하 공정 개발을 앞당기면, AI·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손 회장은 지난 분기 기술 투자 재개를 선언하며 AI·반도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명시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는 OpenAI와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번 인텔 지분 매입은 그 연장선으로, AI 수요 확대가 고성능 칩 제조 역량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시장에서는 ‘막대한 자본 투입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당장 손익 분기점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존재한다. 그 근거로 ① 기술 격차 해소에 필요한 시간, ②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경쟁심화, ③ 금리 및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본비용 상승 등이 거론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와 대형 전략 투자자의 동시 지원이 ‘위기의 인텔’에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요약하면, 소프트뱅크-인텔 딜은 미국 반도체 산업 부흥, 글로벌 AI 수요 폭증, 공급망 리쇼어링이라는 세 갈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성사됐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인텔이 ‘현금 보강→공정 전환 가속→AI 칩 경쟁력 회복’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