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본사 앞 소프트뱅크 로고(2025년 1월 22일 촬영, Kazuhiro Nogi | AFP | Getty Images)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이 자사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운영사인 페이페이(PayPay)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2025년 8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 미쓰호파이낸셜그룹(Mizuho Financial Group) 그리고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확정했다. 회사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는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올해 4분기가 될 수 있으며, 공모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공모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신중론이다.
소프트뱅크 및 네 곳의 주관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페이페이, 현금 중심 일본 소비문화에 디지털 결제 바람 불러
페이페이는 출시 초기부터 결제 금액 일부를 포인트로 환급하는 공격적 리베이트 전략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의 ‘현금 선호’ 문화를 전자결제로 전환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서비스는 단순 결제를 넘어 은행·신용카드·송금·적립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 용어 설명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는 비상장 기업이 최초로 공개 시장에 주식을 발행·상장해 일반 투자자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상장을 통해 기업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시장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재무·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는 책임도 뒤따른다.
소프트뱅크의 첫 ‘미국 빅딜’…ARM 이후 최대어 될까
이번 딜은 2023년 반도체 설계기업 Arm Holdings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545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은 이후,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과반 보유한 기업을 미국에서 다시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Arm은 상장 후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 1,45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금리 인상·물가 압력·무역 긴장 등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올해 들어 기술주 중심으로 신규 상장(IPO) 모멘텀이 되살아나는 흐름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미·중 무역 협상에도 ‘부분 진전’ 신호가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LY Corp 복잡한 지분구조
로이터에 따르면 페이페이의 지분은 소프트뱅크(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그리고 LY Corp가 나눠 보유한다. LY Corp는 소프트뱅크와 한국 네이버가 공동 설립한 인터넷·미디어 합작사다. 지배구조가 복잡한 만큼, 상장 시 자금 배분과 거버넌스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용어 설명
LY Corp는 라인(LINE) 메신저와 야후재팬 포털 등을 운영하며, 일본 디지털 광고·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인터넷 기업이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2017년 설립한 초대형 기술 투자 펀드로, 글로벌 스타트업·유니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 시각 — ‘현금 왕국’ 일본의 결제 혁신 시험대
국내외 핀테크 애널리스트들은 “페이페이 상장이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일본 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재편을 가속화할 촉매”라고 분석한다. 상장 성공 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며 경쟁사인 라쿠텐페이·메루페이 등에도 밸류에이션(valuation) 상향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소프트뱅크는 ARM 이후 주력 포트폴리오의 성장성을 다시 한 번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페이페이 IPO가 목표 수준의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그룹의 차세대 투자 재원 확보와 함께 ‘비전펀드 3호’ 설립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일정과 변수
현재 기업공개(IPO) 예비심사 신청서는 아직 제출 전 단계로 알려졌다. 기술 섹터 강세, 연준(Fed) 금리 경로, 미·일 환율 변동, 그리고 지정학 리스크 등 시장 컨디션이 상장 시기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관계자들은 “상장 직전 투자 수요를 점검하는 테스트 더 워터(Testing the Water) 절차가 3분기부터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일정이 2026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 및 전망
페이페이는 일본 내 6,3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앱’으로 성장했다. 만약 20억 달러 이상을 성공적으로 조달해 10조 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소프트뱅크는 여타 핀테크 투자 자산의 동시 상장을 추진할 명분을 얻게 된다. 반대로 공모가가 부진할 경우, 일본 내 대형 IPO 공급 과잉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4분기 발표될 예정인 예상 공모가 밴드와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