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런 CEO “ICC 판정으로 업계 M&A 불확실성 완화”

셰브런(Chevron Corp.)530억 달러 규모의 헤스(Hess Corp.) 인수를 완료하면서 국제 석유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형 거래가 마침표를 찍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의 핵심 변수였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판정셰브런헤스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거래 불확실성이 대폭 해소됐다.

ICC는 가이아나 초대형 해상유전(스테브룩 블록) 지분을 둘러싼 익스xon 모빌·씨노오크·헤스 3자 합작계약(JOA)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산 분리권(peel-out right)’ 행사 근거로 활용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과 씨노오크가 헤스 지분을 우회적으로 선매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제거됐다는 의미다.


ICC 판정의 의미와 업계 파장

ICC(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는 100여 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민간 중재기구다. 에너지·인프라 분야 초국경 분쟁에서 빈번히 최종 중재자로 활용되며, ICC 판정은 사실상 국제법적 효력을 가진다. 이번 사례처럼 다국적 합작계약 조항 해석이 쟁점이 될 경우, ICC 결정은 해당 프로젝트뿐 아니라 유사 계약 전반에 선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셰브런 마이크 워스(Mike Wirth) 최고경영자(CEO)

“이 판정은 업계 전체가 지켜본 사안이다. 자산 분리권을 통해 대규모 거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졌고, 앞으로의 M&A가 훨씬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업계에서는 창업·성장·매각 사이클이 생태계처럼 작동한다”면서 “기업가와 투자자가 궁극적으로 보상을 받는 수단이 매각이기에, 거래 자체가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가이아나 초대형 유전, 왜 중요한가?

가이아나 스테브룩 블록은 2015년 첫 발견 후 현재까지 약 110억 배럴 이상의 가채 매장량(recoverable reserves)이 확인된 초대형 해상유전이다. 생산 단가는 배럴당 35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며, 저비용·고수익 구조가 특징이다. 글로벌 메이저들이 미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핵심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자산이라는 점이 이번 판정의 실질적 무게를 더한다.

특히 에너지 전환(transition) 기조로 대형 석유사들이 저탄소·가스 프로젝트와 고수익 오일 프로젝트 사이에서 균형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가이아나 유전은 향후 10~15년간 유의미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현금젖소’로 평가된다.


산업계 시사점 1)

첫째, 거래 구조 안정성 강화다. ICC 판정은 합작계약(JOA) 조항이 기업 수준의 지배권 이전(deal-level control)을 임의로 방해하는 ‘탈출구’로 해석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둘째, 거대 프로젝트 투자매력 재부각이다. 헤스 사례처럼 대형 유전 지분을 가진 중견사들이 엑시트(exit)를 시도할 때, 잠재 구매자들은 ‘권리 침해 리스크’ 없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게 됐다.

셋째, 로펌·투자은행 실무 프로세스 변화다. 앞으로 JOA 체결 시 Peel-out clause에 대한 문구가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ICC 관할 조항을 포함하려는 추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1) 해당 시사점은 기자의 산업 분석에 기반한 의견으로, 기업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


알기 쉬운 용어 설명

자산 분리권(Peel-out Right)은 합작 파트너가 기업 수준 거래 발생 시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먼저 매입하거나, 상대방 거래를 저지할 수 있는 권리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도 종종 등장하지만, 자본투입 규모가 큰 자원 개발 분야에서 빈도가 높다.

JOA(Joint Operating Agreement)는 복수 사업자가 공동 탐사·개발·생산을 수행하기 위한 운영 협약이다. 참여 지분, 비용 분담, 의사결정 구조, 분쟁 해결 절차 등이 상세히 명시된다.


결론 및 전망

이번 판정으로 셰브런은 헤스 인수를 무난히 마무리했고, 엑슨모빌·씨노오크와의 공동 개발 구도 역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엑슨모빌이 보유한 운영권(Operator)과 셰브런의 신규 지분이 향후 투자·생산 결정 과정에서 어떤 힘의 균형을 형성할지는 여전히 주목할 대목이다.

고유가·고금리 조합이 연료비·재무비용 부담을 동시에 높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사 중심 ‘빅딜의 시대’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번 ICC 판정은 그 흐름에 ‘제도적 안전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