첵커스(영국) —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영국 총리 케어 스타머와 함께 개최한 미·영 비즈니스·테크 서밋 자리에서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에 대해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표현하며, “나는 잘 모르지만 여러분(테크 기업 CEO)들이 옳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 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인을 초청해 제2차 국빈 방미 일정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AI·양자컴퓨팅·원전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테크 번영 협정(Tech Prosperity Deal)’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연설문에서 벗어나 청중을 향해 “AI는 정부·학계·민간을 막론하고 모든 분야를 접수하고 있다”며 “젠슨, 당신이 여기서 무슨 일을 꾸미는지(what you’re doing here)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의 발언에 스타머 총리와 참석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트럼프는 “
여러분이 옳길 바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양측 모두 여러분이 옳기를 바란다는 것뿐이다
”라며 AI 기술이 미칠 파급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협정 주요 내용은 보건의료용 대형 AI 모델 공동 개발, 양자컴퓨팅 연구 역량 확대, 민간 원전 프로젝트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다. 특히 Nvidia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2만 개를 영국 전역에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는 회사의 유럽 최대 규모 투자다. GPU는 AI 학습·추론 연산을 가속화하는 핵심 반도체로, 슈퍼컴퓨터·데이터센터에 필수적 장비다.
협정 서명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를 바라보며 “내가 정말 서명해야 하느냐”고 농담했다. 이어 “만약 이 거래가 별로면,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3D 그래픽 연산을 위해 개발됐으나, 병렬 연산 능력이 뛰어나 AI 학습에 필수로 쓰인다.
•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수천 년 걸릴 계산을 단시간에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기술이다.
• 첵커스(Chequers)는 영국 총리의 비공식 관저로, 외교·안보 관련 고위 회담이 자주 열리는 장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영국 내 AI 인프라 확충과 양국 기술 패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영국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 데이터와 미국의 자본·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AI 기반 맞춤의료·신약 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학계·시민단체는 “AI 기술의 윤리·안전성 검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감시사회·노동 대체·의사 결정 오류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전망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관련 민관 투자를 1,000억 파운드(약 168조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장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미 행정부도 내년 예산안에 AI·반도체 R&D 항목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글로벌 AI 표준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듯, 정교한 규제·윤리 담론 없이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정책 결정자들의 기술 이해 부족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