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8월물과 RBOB 가솔린 8월물이 18일(현지시간) 소폭 하락하며 주간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일 대비 0.20달러(-0.30%) 내린 배럴당 66.18달러, RBOB는 갤런당 0.0170달러(-0.78%) 떨어진 2.1545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중 한때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소식에 유가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라크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북부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폭을 반납했다.
용어 설명
• WTI(서부텍사스산원유) – 미국 내 주요 원유 벤치마크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다.
• RBOB 가솔린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생산된 가솔린 선물이다.
• 리그(Rig) – 석유·가스 시추 장비를 의미하며, 리그 카운트는 시추 활동의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 SWIFT – 국제 은행 간 결제망으로, 제재 대상국 은행이 차단될 경우 국제 무역 결제에 큰 제한이 발생한다.
달러 약세·EU 제재·미국 지표
장 초반 달러 인덱스 하락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비달러 통화권의 원유 구매력이 높아져 수요 증대 기대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EU가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에 대한 10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며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퇴출시키고, 105척의 소위 ‘그림자 선대’ 선박을 제재한 점도 공급 축소 전망을 자극했다.
미국 주택·소비 지표도 우호적이었다. 6월 주택 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천 가구로 시장 예상치 130만 가구를 웃돌았고, 건축허가는 0.2% 늘어난 139만7천 건으로 깜짝 플러스 전환했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1.8(5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해 경제 회복세가 에너지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불러왔다.
이라크발 공급 재개 우려
관망세를 뒤집은 변수는 이라크였다.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쿠르드자치정부의 파이프라인 수출 재개를 승인하면서,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을 통한 하루 23만 배럴(bpd) 규모 공급이 8월 중순부터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OPEC 2위 산유국으로, 해당 물량 증가는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두바이·브렌트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행 할인 폭이 커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OPEC+ 증산 기조와 공급과잉 논란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도는 결정이다. 사우디는 과잉 생산국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용 카드라고 설명했으며,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 감산분을 전면 회복한다는 로드맵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올해 4분기에는 전 세계 소비의 1.5%에 달하는 공급 초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 증산 후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수요 둔화 조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상 저장량·미국 재고·리그 카운트
글로벌 선박 분석 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기준 최소 7일 이상 항해를 멈춘 부유식 저장원유는 전주 대비 4.6% 감소한 7천803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물량이 육상·정유시설로 인도되며 단기 공급 타이트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도 재고 감소를 확인했다. 7월 11일로 끝난 주에 원유 재고는 385만9천 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고, 가솔린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증류유 재고는 417만3천 배럴 각각 증가했다. 그럼에도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고, 증류유 재고는 21.1%나 부족한 상태다.
미국 주간 원유 생산은 1,337만5천 bpd로 전주 대비 0.1% 감소해,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대치(1,363만1천 bpd)보다 소폭 낮았다. 베이커휴스 데이터에 따르면 7월 18일 종료 주의 가동 중인 시추 리그는 422기로 2기 감소,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새로 썼다. 이는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00기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기자 관전평
현재 시장은 ‘공급 우위 대 ‘수요 회복’이라는 두 축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 단기적으로는 이라크·OPEC+ 증산과 재고 누적세가 하방 압력을, EU 제재·선박 재고 감소가 상방 버팀목을 형성하고 있다.
• 유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정책 변수(제재·협상)와 실물 지표(재고·리그 카운트) 모두를 입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연말로 갈수록 미 대선·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방향성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공급 사이클이 정점을 찍는 시기와 경기 사이클의 저점 형성 여부를 동시에 관찰해야 하며, 특히 ‘빠른 금리 인하’ 대신 ‘완만한 성장 둔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에너지 업종 전반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