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수요 우려에 유가 급락

원유·휘발유 선물가격 2%대 하락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은 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1.83달러(-2.64%) 하락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0.0646달러(-2.97%)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미국 경제지표 부진이 결합돼 세계 에너지 수요 둔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S&P500 지수가 2주 만에 최저치로 밀리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원유·정제 제품 가격을 추가로 압박했다.

2025년 8월 1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글로벌 최저 10% 관세대(對)미 무역흑자국 15% 이상 관세를 8월 7일 0시부터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를 훼손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7월 고용(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 폭은 7만3천 명으로 예상치(10만4천 명)를 밑췄고, 6월 수치는 14만7천 명에서 1만4천 명으로 대폭 하향 수정됐다. 또한 7월 ISM 제조업지수는 48.0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 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위축세를 보였다. 이러한 신호는 에너지 수요 약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중했다.


지정학 변수: 러시아·우크라이나·EU 제재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제한된 OPEC 잉여생산능력으로 인해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석유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주요 내용은 ① 러시아계 20개 은행의 SWIFT 퇴출, ② 타국 정제 러시아산 석유 제품 제한, ③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소 블랙리스트 편입, ④ 러시아 ‘그늘선단(Shadow Fleet)’ 선박 105척 추가 제재로 전체 제재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공급 사이클: OPEC+ 증산 논의와 재고 추세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bpd)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일일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7월 5일 OPEC+는 8월부터 54만8천 bpd 추가 증산에 합의해 시장 기대(41만1천 bpd)를 상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초과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에 경고하려는 목적”이라며 “향후 비슷한 규모 증산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 감산분을 모두 회복한다는 로드맵이 가시화됐다.

한편 이라크가 2023년 3월부터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해 쿠르드 지역 원유 수출을 재개할 채비를 마쳤다는 소식도 공급 증가 기대를 부추겼다. 재개 시 일 23만 bpd가 시장에 돌아올 전망이다.


재고·설비 지표

해양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25일 종료 주간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3% 늘어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는 ①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6% 부족, ② 휘발유 재고 0.7% 부족, ③ 난방유·경유 등 중간유분 재고 15.2% 부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1만4천 bpd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천 bpd)에 근접했다.

석유 시추설비(리그) 수도 감소세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7월 22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리그는 415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년 반 동안 200기 이상 줄었다.


용어 설명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동부(뉴욕)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 기준물로, 휘발유 성분 가운데 산소 첨가 전 블렌드스톡 가격을 의미한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는 국제 은행 간 결제망으로, 회원사 퇴출은 사실상 글로벌 달러·유로 결제 차단을 의미한다.


“전 세계 원유 시장은 수요 둔화 우려와 공급 변수 간 줄다리기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관세·제재 강화가 단기적 수요 충격을 심화시킬지, 혹은 OPEC+의 공급 조절이 가격 하단을 지지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WTI 9월물 80달러선국제브렌트 85달러선을 단기 지지·저항 레벨로 주시하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경우 헤지·옵션 전략 병행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