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가, 2개월 최고점 이후 하락세 지속…공급·펀드 포지션이 변동성 확대

뉴욕·런던 ICE 설탕 선물가격이 2거래일 연속 조정을 받으며 단기 고점 확인 직후 되돌림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10월물 원당(#11) 가격은 전장 대비 -0.84% 하락한 파운드당 16.50센트 선에서, 런던 10월물 백설탕(#5) 가격은 -1.53% 떨어진 톤당 481.40달러 부근에서 각각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약세는 전일 기록한 2개월 최고치에서 발생한 롱 포지션 청산(long-liquidation) 압력이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글로벌 헤지펀드와 CTA(상품기술적분석 운용사)들이 보유한 대규모 숏 포지션이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ugar futures chart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8월 5일 기준으로 발표한 COT(Commitment of Traders)¹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투기적 포지션)는 뉴욕 원당 선물 순매도 규모를 151,004계약까지 늘려 약 6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포지션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작은 재료에도 숏 커버링이 촉발돼 급등이 뒤따를 수 있다”

고 시카고 소재 한 원자재 브로커는 전했다.


브라질·인도·태국發 공급 뉴스가 가격 방향성 좌우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7월 하순(16~31일)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361만4,000톤으로 집계됐다. 올해(4월~7월 누적) 2025/26년 시즌 생산량 역시 -7.8% 줄어든 1,926만8,000톤에 그쳤다. 다만, 사탕수수 압착 물량 가운데 설탕용 비중은 54.10%로 작년 50.32%에서 소폭 상승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반면, 인도에서는 풍부한 몬순(우기) 강수로 ‘대풍’ 기대가 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2025/26)에 설탕 수출 재개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8월 4일까지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4% 많은 500.8mm라고 발표했다. 또한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는 내년 200만 톤 수출 할당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도가 내년 설탕 생산을 3,500만 톤(+19% YoY)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국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의 전망도 가격 약세 요인이다. 참고로 2024/25년 인도 생산량은 -17.5% 감소한 2,620만 톤(5년 만의 최저)으로 추정된다.


중장기 공급 균형표가 시사하는 바

국제 원당 전문상사 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시장이 750만 톤공급 초과(서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8년 만의 최대 공급잉여 규모다. 미 농무부(USDA) 역시 5월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세계 설탕 생산이 역대 최고치 1억8,931만8,000톤(+4.7% YoY)에 달하고, 기말 재고도 4,118만8,000톤(+7.5% YoY)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브라질(4,470만 톤, +2.3%), 인도(3,530만 톤, +25%), 태국(1,030만 톤, +2%) 모두 증산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ISO(국제설탕기구)가 지난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전망치를 -547만 톤으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듬해 대규모 흑자 전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Sugar supply demand chart

다만 브라질 국영 농업통계기관 CONAB은 7월 보고서에서 2024/25년 브라질 설탕 생산을 -3.4% 감소한 4,411만8,000톤으로 추정했다. 엘니뇨에 따른 가뭄·고온 여파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C)는 2024/25년 태국 생산이 1,000만 톤(+14% YoY)으로 회복됐다고 밝혔으나, 2년 연속 가뭄을 겪은 호주·파키스탄 등의 생산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전문가 시각 및 투자 포인트

■ 시장 구조
원당(#11)은 원당(Raw Sugar)을 파운드(ℓb) 단위로 거래하는 뉴욕 ICE 선물 상품이고, 백설탕(#5)은 정제(White Sugar)를 톤 단위로 거래하는 런던 ICE 선물이다. 글로벌 물동량의 약 75%가 #11 가격을 기준으로 체결되며, #5는 제정당(디프리미엄)을 반영해 움직인다.

■ 펀더멘털 해석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감산과 펀드 숏 과잉이 단기 반등(Short Cover Rally)을 촉발할 수 있으나, 2025/26년 이후 증산 사이클이 본격화될 경우 ‘비용우위 생산국’ 브라질·인도·태국의 공급 물량이 가격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 위험·기회 요인
1) 엘니뇨 재발, 2) 브라질 레알화 강세, 3) 인도·태국 정부의 수출 쿼터 조정은 상승 촉매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1) 에탄올 가격 하락, 2)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설탕 소비 감소, 3) 펀드 포지션 청산 등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원당 ETF·ETN, 설탕 관련 글로벌 농기계·비료주, 원당과 연계된 원부자재(음료·제과) 업체 주가가 2차 파생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원자재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분할 매매·적정 레버리지 운용 전략이 요구된다.


¹ COT 보고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매주 발표하는 포지션 통계로, 투기적·상업적·스왑딜러들의 선물·옵션 보유 현황을 공개한다.
ⓘ ISO 회계연도: 10월~익년 9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