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우호적 기상, 향후 중간 수확 기대감 속 코코아 선물가 하락 압력

코코아 선물 가격이 5주 연속 약세를 보이며 4개월 보름 만의 저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ICE 뉴욕 2025년 5월물 코코아(CCK25)는 전장 대비 56달러(-0.69%) 내린 톤당 8,000달러 선 초반에서, ICE 런던 2025년 5월물(카카오) #7(CAK25)은 88파운드(-1.39%) 떨어진 톤당 6,200파운드 부근에서 각각 약세 흐름을 이어 갔다.

2025년 9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산지의 온화한 강우·일조 조건이 열매(포드) 발육을 돕고 있어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코트디부아르(Ivory Coast) 중간 수확(mid-crop) 생산량 증가 기대가 시세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월 28일 보고서에서 2024/25 시즌 세계 코코아 시장이 4년 만에 14만2,000톤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전년 대비 7.8% 늘어난 484만 톤의 생산을 예상했다.

ICE NY 코코아 선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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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회복세도 공급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 ICE가 미국 항만에서 모니터링하는 공인 재고는 1월 24일 21년 래 최저치였던 126만 3,493포대에서 꾸준히 늘어 9월 12일에는 178만 4,552포대로 4개월 반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코트디부아르 중간 작황은 40만 톤으로 작년(44만 톤) 대비 9%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평균 전망이 남아 있어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중간 수확은 연 2회 중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4월~9월 사이 전 세계 공급의 약 20%를 차지해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수요‧공급 동향

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 역시 하락폭을 조절하는 요인이다. 10월 1일부터 3월 23일까지 현지 농가가 선적한 물량은 143만 톤으로 전년보다 12% 늘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반면 수요 부진은 여전히 부담이다. 허쉬(Hershey)와 몬덜리즈(Mondelez) 경영진은 각각 2월 초, 높은 원가 부담이 초콜릿 소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CFO 루카 자르멜라(Luca Zaramella)는 “북미 등에서 코코아 소비 감소 조짐이 뚜렷하다”고 밝혔으며, 몬덜리즈는 2월 18일 가격이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해 수요 위축 우려를 키웠다. 허쉬는 2월 6일 일부 제품에서 코코아를 대체 원료로 바꾸는 레시피 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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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분쇄(그라인딩)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1월 9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EC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유럽 분쇄량은 4년 만의 최저치인 331,853톤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는 21만 11톤(-0.5%), 북미는 102,761톤(-1.2%)으로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ICE 런던 코코아 선물 차트

주요 산지별 변수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의 공급 축소는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는 12월 2024/25년도 생산 전망치를 61만 7,500톤으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이는 8월 전망 65만 톤 대비 5%가량 낮은 수준이다.

반면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는 2월 27일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27% 급증한 46,970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ICCO는 2023/24 시즌 글로벌 코코아 공급 부족을 44만 1,000톤으로 추산, 6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생산은 13.1% 감소한 438만 톤, 재고/분쇄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다.


용어 해설 및 시장 구조

분쇄(Grindings)’는 가공업체가 원두 상태의 코코아를 갈아 버터·파우더 등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실질 소비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중간 수확(Mid-crop)’은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주산지에서 4~9월 사이 진행되는 소규모 수확으로, 주요 수확(main crop·10~3월)에 비해 물량은 적지만 공급 균형을 결정짓는 변수로 통한다.

또한 ‘스톡/분쇄 비율(Stocks/Grindings Ratio)’은 전 세계 가용 재고가 1년 분쇄량의 몇 퍼센트인지 보여 주는 척도다. 비율이 낮을수록 재고 여력이 줄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기자 해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서아프리카 기상이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우기(6~10월)가 평년 수준의 강우를 유지하면 ICCO가 전망한 14만 톤 공급 초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7월 이후 건조기가 일찍 찾아오면 병충해 리스크가 재부상할 수 있다. 미·유럽 소비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중국·인도 등 신흥국 수요가 얼마나 견조하게 유지되느냐도 중기 시세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ICE 뉴욕 선물 기준 톤당 8,000달러는 이미 역사적 고점(2023년 말 기준 약 4,000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따라서 단기 급등 피로감이 가격 조정을 유도할 수 있으나, 재고 지표가 아직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있어 추세적 하락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향후 투자자들은 ① 서아프리카 기상 모델, ② 거대 제조업체들의 판가 정책, ③ 분기별 분쇄 통계를 핵심 체크포인트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중간 수확 실측치가 40만 톤 예상치를 밑돌 경우, 가격은 다시 공급 우려 프리미엄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