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악천후 우려에 코코아 선물가격 이틀 연속 상승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2025년 12월물 코코아(종목 코드 CCZ25)는 전 거래일 대비 60달러(+0.80%) 오른 8,312달러에, 런던 ICE 2025년 12월물 코코아(#7·CAZ25)는 26파운드(+0.50%) 상승한 5,238파운드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기상 악화가 현물·선물시장 모두에 영향을 주며 코코아 가격을 이틀째 끌어올리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 산지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농부들이 농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플랜테이션에서 항구로의 원두 이동이 지연돼 수출 항차가 줄어들었다. 반면 가나·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은 건조 현상이 심화돼 열매가 말라붙었다. 전문가들은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반대로 거의 오지 않는 이중 악재“라며 단기간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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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9월 11일 기준 2,099,630포대로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부족은 곧바로 선물가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25 마케팅연도(10월 1일~9월 7일) 누적 선적량은 181만t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으나, 작년 12월 당시 35% 급증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시장은 이를 공급 불안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번 주 초 코코아 선물은 한때 1.5개월 만의 저점까지 떨어졌다. 초콜릿 수요 약화와 관세 부담이 가격을 누르고 있어서다. 스위스 초콜릿 기업 린트&슈프륄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세계 최대 B2B 초콜릿 제조사 배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다국적 식품회사 먼델리즈(Mondelez International)는 최근 서아프리카 코코아 열매(팟) 개수를 조사한 결과, 5년 평균 대비 7% 많다며 올해 작황이 양호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했다. 이 소식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상쇄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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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우기 극단화가 불러온 공급 변수

지난 60일간 서아프리카 강수량은 1979년 이후 가장 적었다커머디티웨더그룹 분석이 있다. 건조로 인해 나무에 달린 열매가 떨어지기 전 ‘유지율’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동시에 저온 환경블랙팟병을 확산시켜 가나·나이지리아 작황을 위협했다.

올해 4월~9월 수확 중인 아이보리코스트 미드크롭은 품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라보뱅크는 “늦은 비가 생육기를 훼손했다”며 생산량을 전년 44만t에서 9% 줄어든 40만t으로 전망했다. 미드크롭은 통상 연간 두 차례 중 작은 규모지만, 빈번한 무역 계약에 쓰이는 원두라 시장 민감도가 높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t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4/25년산의 34만4,000t보다는 감소 폭이 크지만, 6월 수출은 1만4,597t으로 0.9%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지역별 분쇄(그라인딩) 지표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든 33만1,762t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보다 크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집계도 같은 분기 17만6,644t으로 16.3% 급감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미는 10만1,865t으로 2.8% 줄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으나, 세 지역 모두 소비 부진을 확인시켰다.

반면 가나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 생산량을 65만t으로 올해 추정치 60만t 대비 8.3%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 세계 코코아 공급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에 최대라고 밝혔다. 동 기관은 같은 시즌 생산량이 4,380만t으로 13.1% 감소했고, 재고/소비 비율이 27.0%로 46년 만에 최저라 분석했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를 예상하며, 생산이 7.8% 늘어난 4,840만t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용어 설명: ‘CCZ25’와 ‘CAZ25’란?

CCZ25’는 ICE 뉴욕 코코아 선물에서 2025년 12월(Z) 인도분을 의미한다. ‘CAZ25’는 같은 해 12월 결제되는 ICE 런던 코코아 선물이다. 알파벳은 인도 월, 숫자는 연도를 가리킨다. 일반 투자자는 ETF·ETN 혹은 원두를 원료로 하는 식품·음료 기업 주식을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현재 시장은 재고 부족이 가격 상승을, 수요 부진이 하락을 각각 견인하는 엇갈린 펀더멘털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동성이 높은 상태에서 10월부터 시작되는 주수확기(main crop)에 강우가 과다하거나 부족할 경우 가격 급등락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가나·코트디부아르 양국 정부가 농가 보조가격을 상향 조정할 경우, 단기적으로 원두 공급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고가격 지속은 최종 제품인 초콜릿 수요를 위축시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라면 전미 선물거래소(ICE) 재고 추이, 유럽·아시아 분쇄량, 그리고 서아프리카 강수 예보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24/25년 ICCO의 공급흑자 전망이 현실화되면 중장기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포지션 조절헤지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