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상 위험에 코코아 선물 가격 이틀째 상승

뉴욕 ICE 12월물 코코아 선물(CCZ25)은 전 거래일 대비 87달러(+1.16%) 오른 7,572달러,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 #7(CAZ25)은 15파운드(+0.29%) 상승한 5,139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글로벌 초콜릿·제과 업계의 핵심 원재료로, 기상 변수와 재고 흐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대표적 소프트(soft) 상품이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Barchart 기고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에서 이어진 기상 악화가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최근 폭우가 이어져 농부들의 포장(圃場) 접근이 어려워졌으며, 이로 인해 산지에서 항만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흐름이 느려졌다. 반면 가나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은 건조한 날씨가 장기화돼 일부 농작물이 수분 부족으로 꼬투리가 시들어 버리는 피해가 보고됐다.

또한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내 보세창고 코코아 재고는 9월 10일 기준 2,115,411포대로,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감소는 단기적으로 공급 타이트함을 가리키는 지표로 해석돼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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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정부가 9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25 마케팅연도(10월 1일~9월 7일) 누적 선적 물량은 181만t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관측됐던 35% 증가세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선적 속도 둔화는 가격 강세론자(불리시)에게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코코아 가격은 9월 9일 한때 1개월 반 만의 저점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수급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요 위축이 여전히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초콜릿 업체 Lindt & Sprüngli는 7월 중순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을 하향했다. 벨기에·스위스를 거점으로 하는 세계 최대 벌크 초콜릿 제조사 Barry Callebaut 역시 3개월 새 두 차례나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수확 전망도 가격에 상반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제과업체 Mondelez International은 최신 꼬투리(pod) 계수 결과,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꼬투리 수가 최근 5년 평균 대비 7% 많고, 전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이 작황 호조를 보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가격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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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60일 누적 강수량 지수(자료: Commodity Weather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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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7~8월 서아프리카는 1979년 이래 최악이라 평가되는 60일 연속 초강수 부족 현상을 겪었다. 가뭄이 길어질 경우 10월 이후 수확 시즌에 열매가 떨어져 나가는 ‘꼬투리 붙임(pod retention)’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특히 가나·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은 고온·건조 속에서 블랙팟병(Black Pod Disease) 발생이 늘고 있다. 해당 질병은 곰팡이성 병해로 꼬투리가 검게 변하며 썩어버려, 수확량뿐 아니라 품질까지 떨어뜨린다.

코트디부아르는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미드 크롭(mid-crop)’이 연간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네덜란드 Rabobank에 따르면 늦게 도착한 우기로 인해 꽃이 덜 열려 올해 미드 크롭 수확량이 40만t으로 예상돼 전년 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전망도 밝지 않다. Nigeria Cocoa Association은 2025/26 작황이 30만5,000t으로, 2024/25 예상치 34만4,000t보다 11%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같은 기간 6월 수출은 1.5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했으나,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코코아협회(ECA) 기준 2분기 유럽 분쇄량은 7.2% 감소해 시장 예상치(−5%)를 하회했다. 아시아 분쇄도 16.3% 줄어들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미 분쇄 역시 2.8% 감소했다.”

분쇄량(grindings)은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버터·파우더를 추출하는 과정으로, 실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따라서 분쇄량 감소는 초콜릿·제과 수요 부진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반면 가나 코코아이사회(Ghana Cocoa Board)는 7월 1일 2025/26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세계 2위 생산국의 증산 전망이어서 시장 약세론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제 코코아기구(ICCO)의 수급 전망

ICCO는 5월 30일 2023/24 연도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해 60년 만의 최대치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생산은 13.1% 감소한 4,380만t으로 추산했다.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로 4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다만 2024/25 연도에는 14만2,000t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생산량 역시 7.8% 늘어난 4,840만t으로 추정했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미국·유럽·아시아에 선물·옵션 시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거래소다. 상품코드 ‘CC’는 뉴욕 코코아, ‘CA’는 런던 코코아 선물을 의미하며, 만기 월(Month)과 연도로 구분된다. 계약 1포대(bag)는 60kg 단위로 표준화돼 있어, 숫자 2,115,411은 약 126,925t에 해당한다.

Rich Asplund 필자는 기사 게재 시점 기준 해당 종목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이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디스클레이머 절차다.

※ 용어 설명
블랙팟병: 꼬투리에 갈색·흑색 반점이 생긴 뒤 급속히 퍼지며 열매를 썩게 만드는 곰팡이성 질병. 고온다습 환경에서 번식이 활발하다.
미드 크롭·메인 크롭: 코코아는 연 2회 수확한다. 4~9월 채취분을 미드 크롭, 10~3월 채취분을 메인 크롭이라 부른다. 메인 크롭이 연간 생산량의 약 70~75%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