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9월물 ICE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198달러(+2.44%) 상승했고, 같은 만기의 ICE 런던 코코아(CAU25)도 125파운드(+2.34%) 뛰었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건조한 기후가 코코아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며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이 30년 평균치 이하로 머물고 있으며, 이례적인 고온 현상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주 수확기(main crop)의 꼬투리 발육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일에도 코코아 선물은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둔화가 공급 타이트닝 전망에 불을 지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농가가 항구로 출하한 원두 물량은 17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으나, 12월 한때 35%까지 치솟았던 증가율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공급 측면의 추가 변수로는 펀드의 대규모 숏 포지션이 지목된다. ICE 유럽은 7월 15일로 끝난 주간에 런던 코코아 순숏 규모가 1,010계약 늘어 6,361계약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여 만의 최대치로, 쇼트커버링(되사기)이 촉발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수요 부진이라는 역풍
반면, 초콜릿 소비 위축은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23일 스위스 제과업체 린트 & 슈프륭글리(Lindt & Sprüngli)는 상반기 판매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원료업체 바리칼레바우(Barry Callebaut) 역시 이달 초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올해 두 번째 판매 전망을 낮춘다”고 밝혔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원두를 분쇄해 주재료로 만드는 공정) 실적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t이라고 발표했다. 애초 시장은 5% 감소를 예상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집계에서도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 물량은 17만6,644t으로 16.3% 줄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은 2.8% 감소(10만1,865t)에 그쳤지만, 전반적인 수요 부진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여파로 지난주 뉴욕 선물 가격은 8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렸고, 런던물도 17개월래 최저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236만8,141포대로 10.5개월 최고치로 늘었다.
생산 전망 엇갈리는 가나·코트디부아르
가나는 7월 1일 발표에서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의 증산 계획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코트디부아르는 9월까지 이어지는 중간 수확기(mid-crop) 품질 저하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가공업체들은 트럭 단위 물량의 5~6%를 “등급 미달” 이유로 반송하고 있으며, 이는 주 수확기(불량률 1%)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라보방크는 “우기(雨期) 지연이 결실 형성에 악영향을 줬다”면서 올해 중간 수확량을 40만t(전년 대비 9% 감소)으로 추정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도 전 세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의 최대 적자”라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4.38백만t으로 13.1% 줄었고,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은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기관은 내년(2024/25) 전망으로 14만2,000t 공급 과잉을 제시했으나, 이는 생산이 7.8% 증가한다는 가정이 전제다.
모르면 손해! 용어 한눈에 보기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서 에너지·농산물 선물을 거래하는 파생상품 거래소다.
• 그라인딩(Grinding)은 수확한 코코아 원두를 으깨 코코아 매스와 버터·분말로 만드는 1차 가공 공정을 뜻하며, 실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 숏 포지션은 선물·옵션 시장에서 가격 하락에 베팅한 계약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때 쇼트커버링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집필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관련 종목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을 구성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