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뭄 우려에 뉴욕 코코아 선물 강보합 마감

뉴욕 ICE 코코아 선물 가격이 서아프리카 가뭄 우려와 공급 타이트닝 신호에 힘입어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9월물 ICE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일 대비 +15달러(+0.17%) 오른 톤당 8,776달러에 장을 마쳤고, 9월물 ICE 런던 코코아(CAU25)는 +68파운드(+1.18%) 상승한 5,854파운드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CE NY 코코아 가격 차트 ICE London 코코아 가격 차트 전날 3% 급등하며 2개월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 주산지의 지속적인 강수 부족과 고온 현상이 10월 시작되는 주요 수확(Main Crop)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이 최근 30년 평균을 현저히 밑돌고 있으며, 높은 기온이 겹치면서 꽃•체렐(chérelle) 형성 및 꼬투리 성장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고·수출·품질 삼중 변수로 공급 압박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의 코코아 재고는 8월 12일 기준 224만 8,784포대로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 공급이 빠듯하다는 시장의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 이후 8월 10일까지 누적 수출 물량은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수주 내역이 줄고 있고, 생두 품질 이슈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수출 속도는 더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품질 문제도 시장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미드크롭(4~9월 소규모 수확) 원두 가운데 5~6%를 품질 미달로 판정, 평소(1%)보다 높은 비율로 트럭 한 차 분을 통째로 반품하고 있다. 농업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늦장마 탓에 생육이 부진해 꼬투리가 작고 수분 함량도 낮다”고 진단했다.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도 공급 축소 움직임에 가세했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을 -11% 줄어든 30만5,000t으로 예측했다. 반면 6월 코코아 수출은 1만4,597t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했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재고 털어내기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한다.

수요 부진: 초콜릿 업체들 ‘고전’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린트&스프렝글리(Lindt & Sprue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벌크 초콜릿 제조사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도 같은 달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3~5월 판매량은 -9.5% 급감하며 10년 만에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

실제 분쇄(그라인딩)량 지표도 약세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t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역시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6.3% 감소해 8년 만에 최저치인 17만6,644t에 그쳤다. 북미는 -2.8%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세계적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장·단기 재고 전망 엇갈려

가나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5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약세 재료이나, 국제코코아기구(ICCO)가 5월 30일 발표한 ‑49만4,000t 규모의 2023/24 글로벌 공급 부족을 즉시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ICCO는 2024/25 시즌에 4년 만의 14만2,000t 공급 과잉을 예상하면서도, 전제가 되는 생산 +7.8% 증가(4,840만t)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기상 변수•농가 자금난•병충해 등의 리스크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체렐이란?

코코아 나무의 꽃이 수정된 후 자라나는 작은 꼬투리의 유아기 단계 열매를 체렐(chérelle)이라고 부른다. 고온·가뭄에 특히 민감해, 이 단계에서 탈락하면 최종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선물 시장이 날씨 데이터를 예민하게 반영한다.


시장 전망과 기자 관전평

필자는 최근 2주간의 가격 반등이 단순 기상 프리미엄에 그칠지, 구조적 랠리의 초입일지 판가름하려면 9~10월 강수 패턴과 코트디부아르 항만 출하 속도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선물 가격이 이미 2개월 신고가에 근접해 있어, 초콜릿 제조사들의 헤징 물량 출회가 상단을 누를 개연성도 있다. 반면 3년 연속 글로벌 재고율 저하가 확정된다면, 톤당 9,000달러 돌파 시나리오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