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뭄 완화 전망에 코코아 선물 가격 4% 가까이 급락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이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월요일 기록했던 2개월 최고치에서 크게 후퇴했다. 15일(현지시간) 기준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3.98%(−341달러) 떨어진 톤당 8,236달러에 마감했고, 9월물 런던 코코아(CAU25)는 3.41%(−197파운드) 하락한 톤당 5,566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 일부 재배지에 산발적 강우가 예상된다”는 최신 일기예보를 근거로 매수 포지션을 급격히 축소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까지 시장을 지배했던 ‘심각한 가뭄 우려’ 심리를 급반전시켰다.

올해 들어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주요 생산국에는 평년 대비 강우량이 크게 부족했고,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10월 시작되는 주산기(main crop) 착과(着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해당 지역 시즌 누적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여전히 밑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주 중순부터 “곳곳에 5~15mm 수준의 소나기” 예보가 발표되면서 단기적 공급 공포는 다소 완화된 모양새다.


📊 재고·수출·작황 지표

ICE 등록 창고 재고는 223만 4,877포대(1포대=60㎏)로 2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 내 ICE 모니터링 창고 재고가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이보리코스트 농가의 누적 선적량(2024년 10월 1일~2025년 8월 10일)은 178만t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35%였던 증가율과 비교하면 수출 속도가 상당히 둔화됐음을 뜻한다.

한편 ‘미드크롭(mid-crop)’ 수확(4~9월) 품질은 악화 조짐이다.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당 5~6%가 불량 두(豆)”라며 통상 1%에 불과한 주산기 대비 다섯 배 이상 높은 불량률을 호소했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장마’로 생육 기간이 짧아진 것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아이보리코스트 미드크롭 생산량 전망치는 40만t으로 전년보다 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 코코아 선물 가격 추이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도 부진이 예고된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10월~다음 해 9월)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2024/25년 추정치 34만4,000t 대비 다만 6월 단일월 수출은 1만4,597t으로 0.9% 늘었다.


🍫 수요 부진·제과업체 실적 경고

수요 측에서는 초콜릿 소비 위축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7월 스위스 명품 초콜릿 기업 린트(Lindt & Sprüngli)는 상반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공급사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도 3개월 새 두 차례나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3~5월 분기 매출량은 9.5% 급감해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실제 분쇄(그라인딩) 통계도 이를 방증한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ECA) 2분기 그라인딩 물량은 331,762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시장 예상치 −5%).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역시 2분기 물량이 176,644t으로 16.3% 급감, 8년 만의 최저치라고 밝혔다. 북미 역시 2.8% 감소한 101,865t을 기록했다.

런던 코코아 선물 가격 추이


📉 반대로 작황 회복 소식도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는 7월 1일 ‘2025/26 생산량이 65만t으로 8.3%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의 증산 전망은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를 일부 상쇄한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공급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2월 전망 44만1,000t)’했다고 밝혔다. 이는 60여 년 만에 최대치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만2,000t 흑자를 처음으로 예상하며 “생산량이 7.8% 늘어 484만t에 달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동시에 제시했다.


📝 용어 해설

  • 코코아 그라인딩(cocoa grindings): 원두 상태의 코코아를 갈아서 버터와 분말로 가공하는 과정. 가공량은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mid-crop: 4~9월 수확되는 소규모 계절 작황으로, 10월~3월 대규모 ‘main crop’에 비해 수량이 적다.
  • stocks-to-grindings ratio: 재고 대비 가공량 비율로, 낮을수록 공급 긴장도를 의미한다.

🔍 기자 시각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비가 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욕 선물가격은 6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톤당 11,722달러) 대비 30%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5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장기 추세를 결정할 변수는 ① 서아프리카 작황 정상화 속도 ② 글로벌 소비 회복 ③ 생산국 통화·정책 리스크 등이 꼽힌다.

필자는 공급 부족이 급격히 해소되기 전까지 톤당 7,000~9,000달러 박스권 등락을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