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선두주자 샘 올트먼(OpenAI 최고경영자)이 AI 투자 과열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거품을 우려하기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장기 강세장을 자신했다.
2025년 8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만찬 석상에서 “AI가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임은 분명하지만, 현재 투자자들의 열광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15초 사이 ‘버블(bubble)’이라는 단어를 세 번 반복하며 “누군가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겠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올트먼은 “조만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조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일부 경제학자들이 ‘무모하다’고 비판하더라도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
”고 단언했다. 실제로 OpenAI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Azure)의 클라우드 용량을 넘어, 구글 클라우드와 올해 봄 추가 계약을 맺었다. 올트먼은 “어느 한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컴퓨트 자원으로는 부족하다”며 “가능한 모든 연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거대 IT 기업, ‘설비 전쟁’ 돌입
AI 수요 폭증에 따라 메가캡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20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목표로 제시했고, 아마존은 1,00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이어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850억 달러,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는 최대 720억 달러까지 상향 조정했다.
“지난 몇 달 동안 AI 인프라 수요가 30~40% 증가했다.”
— 댄 아이브스(웨드부시 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아이브스는 CNBC ‘클로징벨’ 인터뷰에서 “이번 설비투자 급증은 AI 시장이 ‘2회 초’야구 9이닝 비유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장기 영향이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닷컴 버블’과 다르다
시티그룹의 롭 로우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CNBC ‘머니 무버스’에서 “1990년대 말 닷컴 거품은 과도한 레버리지와 실적 부재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견조한 현금흐름이 투자 재원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지털 서비스가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AI 투자는 구조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과열 우려는 이어진다. 알리바바 공동창업자 조 차이는 지난 3월 홍콩 HSBC 글로벌 투자서밋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스펙(선투자)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거품 가능성을 지적했다.
▶ 용어 한눈에 보기
하이퍼스케일러란 대규모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운영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업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이 있다. ‘스펙 빌드’는 실수요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시설을 짓는 방식으로, 시장이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대규모 공실(Idle Capacity) 위험이 발생한다.
▶ 기자 해설
AI 산업은 ‘연산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대형 모델 학습에는 GPU·TPU 등 고성능 칩과 전력, 냉각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과감한 선(先)투자가 성공을 좌우하지만, 수익화가 지연될 경우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2000년대 초 닷컴 붕괴와 유사한 ‘선별적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생산성 혁신이 확인되는 영역부터 실적이 뒷받침될 것이므로, 기술·수요 매칭이 명확한 기업은 장기 수혜가 예상된다.
올트먼 역시 “일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겠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AI가 창출할 가치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열→침체→상승의 기술 사이클을 ‘자연스러운 진화’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닷컴 붕괴 이후 아마존·구글·페이스북이 탄생했고, 모바일 혁명과 클라우드 생태계가 꽃피웠다.
결국 시장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 왔다. 이번 AI 열풍 역시 선별적 투자와 장기적 안목이 숙제다. 과도한 차입 대신 현금흐름을 통한 재투자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 향후 체크 포인트
① GPU·AI 반도체 공급망
② 전력·냉각 수급
③ 기업 실적 대비 설비투자 비율
④ 규제 환경 변화 등이 주가 변동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AI 중심의 ‘설비 전쟁’이 거품으로 끝날지, 새로운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지는 앞으로 2~3년 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기술적 우위와 수익성 검증 속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