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연은 데일리 총재 “기준금리 인하 시점 임박, 두 차례보다 더 필요할 수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메리 데일리(Mary Daly) 총재가 미국 고용시장의 완화 조짐과 관세발(發) 물가 상승 압력 부재를 근거로 연방준비제도(이하 Fed)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데일리 총재는 전날(현지시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데이터를 더 지켜볼 여유가 있긴 하지만, 끝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이제는 정책 완화의 시간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25%~4.50% 범위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한 번 더 기다릴 수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같은 결정을 반복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9월 회의에서 반드시 인하가 이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열리는 모든 회의가 live meeting정책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 경로: 두 차례 인하로 충분할까?

Fed 위원들은 지난 6월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두 차례(각 0.25%p)의 금리 인하를 가정했다. 데일리 총재는 이에 대해 “시점(9월·12월)보다는 실제로 두 번 인하가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두 차례보다 적거나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Federal Reserve Building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다시 고개를 들거나, 고용시장이 갑작스레 반등한다면 인하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노동시장이 추가로 약화하고도 물가에 파급되지 않는다면 두 번 이상 인하할 준비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 고용시장, 실제로 얼마나 둔화됐나

미 노동부가 8월 1일 발표한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기존 발표치가 3만3,000명으로 대폭 하향 수정되면서 고용 둔화 우려가 커졌다.

다만 데일리 총재는 고용시장 전반이 ‘위태롭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경제가 전환기에 접어들면 절대 숫자보다는 실업률과 같은 비율 지표가 더 유용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7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p 오른 4.2%를 기록했다.

그는 “고용지표 대시보드를 종합해 보면, 작년과 비교해 느슨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둔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라고 경고했다.


관세발 물가 압력은 아직 제한적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속에서도 관세(tariff)로 인한 비용 전가가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광범위하게 스며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평가했다.

“관세 인상이 물가에 완전히 반영되는지 확인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는데, 그렇게 오래 기다리면 Fed의 대응이 너무 늦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 총재는 Fed가 현재 정책 미스매치(trade-off space) 구간에 진입해 있다고 진단했다. 즉,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와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7월 동결 결정은 타당했지만, 같은 결정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며 정책 스탠스가 현실과 점점 맞지 않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용어 해설 및 시장 파급 효과

• Live meeting : Fed가 금리 변화를 언제든 결정할 수 있는 ‘실행 가능 회의’를 뜻한다. 동결 결정을 내렸더라도 다음 회의에서 방향이 바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 Recalibration : 기존 통화정책을 ‘재조정’한다는 의미로, 금리수준을 미세하게 손보면서 경기·물가 목표에 맞추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데일리 총재 발언을
‘비둘기파적(h dovish)’
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는 발언 직후 장중 5bp가량 하락했고,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9월 0.25%p 인하 확률을 65% 수준으로 반영했다시카고상품거래소(FedWatch).

US Job Market

다만 Fed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목표(2%) 안착이 확인될 때까지 현 수준 금리를 유지하자는 ‘매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회의가 금리 인하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Fed가 이번 사이클에서 ‘경기 연착륙(soft landing)’을 달성하기 위해선 고용·물가 데이터의 미세한 변화에도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완화는 자칫 인플레이션 재가열을 초래할 수 있어 ‘점진적·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결국 “FOMC가 앞으로 열리는 모든 회의를 ‘실행 가능 회의’로 간주하고, 고용·물가 지표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정책 변경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몇 주간 발표될 CPI, PMI,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주요 지표가 9월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가 예상보다 약하면 두 번 이상의 인하 경로가, 반대로 견조하면 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Fed는 오는 9월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새로운 경제전망과 함께 점도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두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할지, “세 차례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지는 앞으로 발표될 지표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