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발 — 호주 가스 회사 산토스(Santos Ltd.)의 최고경영자(CEO) 케빈 갤러거(Kevin Gallagher)가 “회사는 언제나 모든 인수 제안을 심사숙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주주와 이사의 지지가 계속되는 한 CEO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갤러거 CEO는 시드니에서 열린 한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무산된 180억7,000만 달러(미화) 규모의 인수 논의에 대한 견해를 직접 설명했다. 해당 인수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제안했으나 상업적 조건 이견으로 결렬됐다.
갤러거 CEO는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이라면 어느 쪽이든 열린 마음으로 검토한다”면서도 “지금은 주력 사업의 탄탄한 현금 흐름과 전략적 프로젝트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으나, 주주 가치 제고라는 키워드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었다.
■ ADNOC 컨소시엄의 제안 철회
이번 거래는 XRG(ADNOC의 해외 투자 전담 법인)이 중심이 됐다. XRG는 산토스가 보유한 파푸아뉴기니(PNG) 자산의 양도차익세(capital gains tax) 납부 시기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협상장에서 발을 뺐다.
갤러거 CEO는 “세금 문제는 이미 공개자료에 명시돼 있었고, 이를 이유로 협상이 좌초된 것은 유감”이라고만 짧게 평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잠재적 비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산토스는 규정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언제든 열려 있다’는 메시지의 의미
산토스가 인수·합병(M&A)에 꾸준히 노출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현금 흐름, 확고한 시장 지위, 견실한 배당 정책 때문이다. 갤러거 CEO의 발언은 주가 저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보내는 시그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형 에너지 기업이 M&A 제안에 ‘열려 있다’고 밝힐 경우, 주주가치 극대화와 협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인수 가능성이 화두가 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인수 가격에 더해지는 추가 가치를 의미할 수 있다.
■ 세금 이슈가 교착 상태를 만든 배경
“PNG 정부와 맺은 계약의 변동 가능성, 그리고 예정된 양도차익세 납부가 미래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따라 평가액이 크게 달라졌다.” – 협상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양도차익세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소유권이 이전될 때 발생하는 세금이다.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인프라·권익 등 다양한 항목이 과세 대상이므로, 납부 시점과 금액 산정에 따라 수익률이 민감하게 변동한다. XRG 측은 예상보다 큰 세 부담이 드러나자 조건 조정 없이 기존 제안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향후 시나리오와 시장 반응
갤러거 CEO는 “회사는 이미 충분한 자본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다른 대안을 필수적으로 찾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주 구조가 안정적인 만큼, 경영진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개발 프로젝트의 일정 준수와 비용 절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다른 글로벌 메이저나 사모펀드가 재차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역내 규제·세제 환경이 변수로 남는다. 한 애널리스트는 “호주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추가 규제 패키지가 현실화되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더 경쟁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해당 전망은 외부 시각으로, 산토스 자체 공식 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 용어 풀이 및 독자 참고
XRG는 ADNOC의 해외 자산 인수·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다. 주로 중동 밖의 석유·가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며, 합작투자·전략적 지분 인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양도차익세(Capital Gains Tax)는 해당 자산의 취득가와 매각가 혹은 공정가치 차액에 대한 과세를 의미한다. 천연가스전이나 LNG 시설처럼 고정자산 규모가 큰 산업에서는 일회성 세금 부담이 상당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거래 전 세액 추정치와 납부 시점을 꼼꼼히 점검한다.
■ 기자 시각
이번 사례는 세무 투명성과 정보 대칭성이 대형 M&A에서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갤러거 CEO의 “언제든 열려 있다”는 메시지는 공개 시장에서 회사를 매물로 내놓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놓겠다는 의사표명으로 읽힌다. 이러한 태도는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동시에 잠재적 인수자에게 책임 있는 조건 제시를 압박하는 전략적 효과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협상 결렬이 산토스의 펀더멘털을 훼손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에너지 산업 특유의 정책 리스크와 세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어떤 투자자든 “디지털 데이터룸”에 들어가기 전 세후 수익률을 면밀히 따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