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가 최근 진행된 전사 온라인 미팅에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고 반드시 더 잘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과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2025년 9월 11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이날 열린 사내 질의응답 세션에서 잇따른 정리해고와 주 3일 사무실 출근 의무화로 불거진 내부 반발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나델라는 “리더십 팀 전체가 직원들의 피드백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문화적 공감 능력을 높이고 신뢰를 재건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7월 발표된 9,000명 규모 감원과 9월 초 공개된 ‘주 3일 출근’ 방침 이후 사내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 퍼진 ‘공감 부족’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리해고·복귀 명령 이후 내부 분위기 ‘요동’
마이크로소프트는 팬데믹 기간 전면 원격근무로 전환했지만, 시애틀 레드먼드 본사 근무자에게 2026년 2월부터 주 3회 출근을 의무화하는 새 정책을 발표했다. 인사 책임자 에이미 콜먼 부사장은 “이미 시애틀 지역 직원의 주 평균 출근일은 2.4일”이라며 “많은 직원이 자율성을 잃었다는 우려를 표시하지만, 협업·멘토링 관점에서 물리적 근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멘토링 단절’ 문제도 거론됐다. 나델라는 “경영진은 대부분 원격인데 인턴들은 한 공간에 모여 있다”며 “이런 구조는 사회적 계약을 깨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 재생을 위한 ‘지적 정직성’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가 평가는 ‘호평’… 주가·시가총액 고공행진
사내 잡음과 달리 월가는 MS의 성장성과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하며 시가총액은 3조7,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엔비디아에 이어 세계 2위다. 7월 발표된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2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총이익률(gross margin)이 69% 미만으로 하락했다. ※용어 설명: 총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뒤 매출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기본 영업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회사는 인공지능(AI)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임대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AI가 바꾸는 사업 포트폴리오
나델라는 “AI 인프라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소비자 중심 채택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이 앞으로는 덜 중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같은 분기 Azure 클라우드 매출은 39% 성장했지만, 윈도우·디바이스 부문 매출 증가는 2.5%에 머물렀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익률이 내일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사티아 나델라
이는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위기감이다. AI와 자동화가 노동환경을 급격히 바꿀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비용 효율화를 강제받고 있다.
이스라엘 관련 논란·사내 갈등
사내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감시 의혹이다. 가디언이 8월 “이스라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클라우드에 팔레스타인 통화 데이터를 저장했다”고 보도하자, 본사에서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회사는 5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유대인 직원들이 괴롭힘과 신상털기 피해를 받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반유대주의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 시각: ‘하이브리드’ 균형 잡기가 관건
[기자 해설]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 대부분은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 효율’과 ‘직원 자율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나델라의 발언은 단순한 공감 메시지를 넘어, 시장 구조 재편에 대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클라우드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MS가 얼마나 민첩하게 조직문화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지가 향후 주가와 산업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멘토링 단절’ 이슈는 한국 IT기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신입·인턴 사원의 성장 경로를 설계하려면 물리적 동료 관계와 디지털 협업 도구 간 균형이 필수적이다. 결국 핵심은 신뢰 형성이며, 이는 일방적 출근 지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어떤 기업도 영원히 존재할 ‘허가’를 받지 않는다”는 나델라의 언급은 조직 내부뿐 아니라 투자자·고객에게도 뼈아픈 경고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