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켄 자민당 중진, 일본은행 추가 금리인상 “경제 붕괴 위험” 경고

【도쿄】 일본 집권당인 자유민주당(LDP)의 경제통 사이토 켄 부세제조사회 회장은 최근 로이터(Reuter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본은행(BOJ)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강력한 신중론을 펼쳤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이토 의원은 “BOJ가 성급히 빅스텝에 나설 경우 취약한 경기 회복세가 ‘산산조각(tatters)’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중앙은행에 보내는 뚜렷한 경고 메시지다.

일본은행 본관 전경
▲ 사이토 의원은 BOJ가 1월 기준금리를 0.5%로 올린 뒤 ‘긴축 사이클’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발 관세(대(對)미 수출품에 대한 고관세) 충격이 기업 수익성을 잠식하면 임금 인상 여력도 감소한다”며 그는 “BOJ가 인플레이션만 바라보다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물가 선순환이 좌초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사이토 의원의 발언은 정치권의 압박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주목된다. 카즈오 우에다 BOJ 총재는

“실질(물가 조정) 기준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며 추가 긴축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집권 여당 핵심 인사가 ‘속도 조절론’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 정치 리스크 확대… “이시바 총리는 물러나야”

사이토 의원은 BOJ 문제뿐 아니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거취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에도 이시바 총리가 사퇴를 거부한 데 대해 그는 “참패는 곧 불신임이었다”며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그는 “안정적 연립 정권 없이는 일관된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제3 야당과의 3당 연립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 LDP·공명당 2당 체제가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상실한 정치 현실을 반영한다.

일본 정치 지형도

정치 분석가들은 사이토 의원이 무역·통상 전문가로서 차기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주목한다. 실제로 그는 2019~2020년 경제산업상(통상장관)을 지내며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 “부가가치세 인하보다 성장정책 우선”

야당은 경기부양책으로 일본의 소비세(부가가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이토 의원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세율을 건드리면 재정지속성이 훼손된다”며, 대신 임금·가격 상승의 선순환을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한 성장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용어 설명: 소비세(消費税)는 일본에서 물건·서비스 구매 시 부과되는 VAT(부가가치세)로, 현재 기본 세율은 10%이다. 코로나19 이후 ‘임시 감세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정부·여당은 재정건전성 문제를 들어 늘 난색을 표해 왔다.


■ 긴축과 성장 사이에서 방황하는 BOJ

BOJ는 지난해 12월 10여 년간 유지해 온 ‘초(超)완화 정책(양적완화+YCC)’를 공식 종료했다. 올 1월에는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하며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로이터>가 7월 실시한 설문에서 52%의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추가 1회 인상”을 예상했음에도, 미국발 관세·정치 불확실성이 돌발 변수로 부상하면서 정책 전망은 ‘안개 속’이다.

사이토 의원은 “BOJ가 물가·임금 전망만 믿고 고집을 부린다면 경기 급랭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주문했다. “금융·재정·성장전략이 한 몸처럼 작동해야 장기 디플레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문가들은 사이토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BOJ의 정책 독립성에 사실상 경고장을 보낸 셈”이라 평가한다. 중앙은행의 책무가 물가 안정에 국한되지 않고 성장·고용 목표까지 포괄한다는 ‘이중(二重) 책무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전망과 과제 – 기자의 시각

① 통화정책 : 인플레이션은 2%대 중후반으로 안정됐으나, 실제 체감 물가가 높아 소비 침체 리스크가 도사린다. 美 관세가 4분기 기업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 고용·임금도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

② 정치 환경 : 당장 10월 정기국회에서 세출 확대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여야 의석 계산상 이시바 내각은 일종의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다.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조기 총선·당 총재 교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③ 시장 반응 : 엔화 환율은 BOJ의 금리 스탠스와 미·일 금리차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사이토 발언 이후 국채 10년물 금리는 소폭 하락했으며, 금융시장은 ‘추가 인상 지연’ 가능성을 본격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종합하면, 통화 정책정치 리더십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BOJ가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경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당이 새로운 연립 방정식을 완성해 정책 실행력을 복원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일본 경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