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팔지 못하는 ‘좀비 기업’에 묶인 이유

사모펀드(Private Equity, PE) 업계가 성장하지도, 정리되지도 않는 기업의 급증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이른바 ‘좀비 기업’은 부채 이자조차 간신히 감당할 정도의 현금흐름만 창출하고, 할인 매각을 시도해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기업을 뜻한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예상 보유기간을 훌쩍 넘겨 펀드의 장부에 갇힌 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2025년 11월 1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서치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Searchlight Capital Partners)의 공동 창립자 올리버 하어만(Oliver Haarmann)은 Squawk Box Europe에서 “금리가 오르자, 약간 ‘무가치’해진 비즈니스를 들고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그래서 ‘좀비 기업’이라는 표현이 업계에서 난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어만은 사모펀드가 2020~2021년 초저금리 환경에서 매우 낮은 금리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고금리의 장기화가 현실화되며 부채 서비스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그는 “금리 상승으로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뒷받침할 충분한 현금흐름이 없고, 매수자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큰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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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사모펀드는 경기 둔화를 리파이낸싱(부채 재조달)으로 버티면서 시장 회복기에 매각을 성사시키는 방식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업계 베테랑들은 이번 거래 경색은 유달리 길게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HEC 파리의 올리버 고트샬크(Oliver Gottschalg) 교수는 “사모펀드의 기계가 멈췄다”며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LP(유한책임출자자)가 새로운 펀드에 커밋할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좀비’ 자산이 더 빈번해지고 청산·매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병목2008년 금융위기 직후, 노후화된 포트폴리오와 리파이낸싱 절벽이 시장을 막아섰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PwC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은 정상적인 사이클이라면 이미 엑시트됐을 자산이 상당수 남아 있어, 미매각 자산 규모가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또한 VDS 컨설팅 그룹이 8월에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의 평균 보유기간5.6년으로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대형 세컨더리 자산운용사가 2024년에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자본이 ‘좀비 펀드’에 갇혀 있다고 답했다. 연기금과 보험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약 절반은 보유 자산을 엑시트하기 어렵거나 신규 커밋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은 차량(vehicle)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했다.


막힌 플라이휠: 사모펀드 모델과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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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정해진 기한 내 자산을 현금화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클리프 데커 호프마이어(Cliffe Dekker Hofmeyr, CDH)의 변호사 나스타샤 하두스키(Nastascha Harduth)데이비드 피녹(David Pinnock)은 최근 노트에서 “되살아날 기미가 없는 자산이 회복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여유는 사모펀드에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GP(운용사·운용인)들은 종종 ‘좀비’ 포트폴리오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CDH는 그 이유로 실패를 인정하는 비용이 유예하는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청산실현 손실을 확정해 펀드 성과를 훼손하고, 향후 자금 모집을 위태롭게 하므로, 많은 운용사가 시장 회복이나 전환을 기대하며 ‘캔 차 kicking the can’ 전략을 취한다.

CDH는 “장례식을 치러 사후 분석을 자초하느니, 시신을 예의 바르게 이사회 테이블에 앉혀 두는 편이 더 쉽다”는 표현으로 업계 심리를 묘사했다. 평판 훼손도 중대하다. 청산은 나쁜 투자 판단일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되살리지 못한 무능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매수자가 적은 취약 시장에선, 실패한 매각 시도 자체가 자산에 낙인을 더해 이후 엑시트를 더 어렵게 만든다. CDH는 “실패한 매각 절차는 그 자체로 공포 이야기이며, 청산에 못지않은 오명을 남긴다. 실패 소식이 퍼지면 자산은 더 팔기 어려워진다”고 적었다.


출구의 단서: ‘리테일라이제이션’이 해법이 될까

고트샬크 교수는 최근 부상하는 매스 어플루언트·프라이빗 웰스 자본, 즉 사모펀드의 ‘리테일라이제이션(retailization)’출구 경색을 푸는 압력 완화 밸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 사모펀드가 연기금·기금의 순수익률 25% 목표를 전제로 하는 반면, 이 새로운 자본풀은 10~12% 수준의 더 낮은 기대수익과 더 긴 보유기간을 수용할 수 있어 자본 비용이 낮다. 그는 이들이 완전히 망가진 기업에 무턱대고 뛰어들진 않겠지만, 전통적 모델과 맞지 않게 된 자산을 흡수해 일시적 경색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Glossary

좀비 기업: 이자 상환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업현금흐름만 창출하며, 성장 투자와 매각이 모두 막힌 기업을 의미한다. 파산은 아니지만, 가치 개선의 동력이 소진되어 포트폴리오에 장기 체류하는 특징이 있다.

LP(Limited Partner): 연기금·보험사·기금 등 사모펀드에 자본을 공급하는 유한책임출자자다. 펀드의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고, 분배와 성과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GP(General Partner): 사모펀드를 설정·운용하는 운용사 또는 개인을 뜻한다. 투자집행·가치개선·엑시트 전 과정의 의사결정 책임을 진다.

세컨더리: 기존 펀드의 지분이나 포트폴리오 자산중고시장에서 사고파는 거래를 말한다. 유동성보유기간을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리테일라이제이션: 전통적으로 기관투자가 중심이던 사모펀드 시장에 매스 어플루언트·개인 자산가 자본이 유입되는 흐름이다. 낮은 목표수익률긴 보유기간 수용으로, 특정 자산의 출구를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숫자로 보는 경색

약 1조 달러: PwC가 추정한 사모펀드 보유 미매각 자산(정상 사이클이라면 엑시트 완료) 규모.

5.6년: VDS 컨설팅 그룹 데이터 기준, 포트폴리오 평균 보유기간 사상 최장.

10~12% vs 25%: 리테일라이즈된 자본의 낮은 목표수익률과 전통적 기관자본의 높은 목표수익률 대비.


전문가 시사점과 전략 포인트

첫째, 금리 고착화는 좀비 기업의 현금흐름 여력을 지속적으로 제약한다. 단기적으로는 리파이낸싱 비용 상승이 계약조항(코버넌트) 압박을 강화해 구조조정·추가자본 투입 여부를 빠르게 가른다.

둘째, 분배 정체가 LP의 재커밋 능력을 위축시키면서, 신규 펀드레이징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세컨더리 거래연장차량(컨티뉴에이션 펀드) 활용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출구 다변화가 관건이다. 매스 어플루언트·프라이빗 웰스 자본의 유입은 낮은 자본비용을 지렛대로 일부 포트폴리오의 가교 출구가 될 수 있다. 다만 근본적 가치 훼손이 큰 자산은 여전히 매수자 기피 대상이다.

넷째, 평판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CDH가 지적했듯, 실패한 매각 절차청산 못지않은 오명을 남겨 이후 가격·조건 면에서 추가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사전 실사 고도화·부분 매각·구조적 옵션 검토가 유효하다.


핵심 인용구

“금리가 오르자, 약간 무가치해진 비즈니스를 들고도 팔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좀비 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올리버 하어만, 서치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LP는 새 펀드에 커밋할 유동성이 없다. 정말 문제가 크다.” — 올리버 고트샬크, HEC 파리

“되살아나지 않는 자산을 마냥 기다릴 사치는 PE에 없다… 장례식보다 시신을 이사회 테이블에 예의 바르게 앉혀 두는 편이 더 쉽다.” — CDH(나스타샤 하두스키·데이비드 피녹)


정리

사모펀드의 ‘플라이휠’은 금리 충격과 거래 경색에 걸려 멈춰섰다. 업계는 실현 손실평판 훼손 사이에서 난감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다만 리테일라이제이션세컨더리 솔루션이 결합될 경우, 전통적 모델에 맞지 않는 자산을 흡수하며 일시적 경색을 푸는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 사이, 하드 데이터는 분명한 경고음을 낸다. 미매각 자산 약 1조 달러, 평균 보유 5.6년—사모펀드의 시간표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