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쇼트’로 잘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자신이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의 등록을 말소(deregister)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그는, 이번 조치로 다시 한 번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이언의 등록 상태가 11월 10일 기준 ‘terminated’(종료)로 표시됐다. 일반적으로 등록 말소는 해당 운용사가 연방 규제기관이나 주정부에 정기보고서를 제출할 의무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사이언은 3월 기준 운용자산(AUM) 1억5,500만 달러를 관리한 것으로 보고돼 왔다. 이 펀드의 포지션은 잠재적 버블 조짐이나 과열 신호를 가늠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에 의해 오랜 기간 세밀하게 해부돼 왔다.
버리는 수요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On to much better things Nov 25th.”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기술 대형주에 대한 비판도 최근 강화됐다. 버리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한 기술 대형주를 겨냥해, 클라우드 인프라 붐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형 사업자들이 막대한 하드웨어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부풀리기 위해 공격적 회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EARISH AI BETS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그의 관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오라클, 메타 등은 엔비디아의 칩과 서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동시에, 실적의 변동성을 줄여 보이기 위해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 인식 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이러한 회계 선택이 감가상각비를 약 1,760억 달러 수준으로 과소계상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그 결과 해당 섹터 전반의 보고이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버리는 미국 주택시장 붕괴 국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으로 큰 수익을 거뒀고, 이 과정은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 ‘더 빅 쇼트(The Big Short)’와 동명 영화로 자세히 다뤄졌다.
그의 X 프로필명은 ‘Cassandra Unchained’로,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예언자 카산드라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카산드라는 아폴론에게 저주를 받아 진실한 예언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운명을 겪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규제 측면에서,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문사는 SEC 등록 의무를 부담하며, 주(州) 규제보다는 연방 차원의 규율을 주로 받는다.
용어·제도 해설
등록 말소(deregistration)란, 투자자문사가 SEC 또는 주정부에 대한 정례보고 의무에서 벗어나는 절차를 뜻한다. SEC 데이터베이스에 ‘terminated’로 표시되면, 원칙적으로 해당 자문사는 일정 기준 하에 정기 보고서 제출과 같은 공시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주법이나 개별 고객 계약 등 별도 의무가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다르다는 점이 일반론이다.
감가상각(depreciation)은 서버, 반도체, 데이터센터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의 가치를 사용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배분하는 회계 절차다. 감가상각 기간을 길게 잡으면 초기 비용 인식이 줄어 단기 이익이 커져 보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버리가 지적한 바는 바로 이러한 기간 설정의 보수성 혹은 공격성이 보고이익의 매끈함(smoothness)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적 회계는 법규의 틀 안에서라도 이익을 유리하게 보이게 하는 선택을 일컫는 실무적 표현으로,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되는 신기술 사이클에서 논란이 되곤 한다. 버리는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붐과 결부된 감가상각 정책을 문제 삼으며, 2026~2028년 기간 약 1,760억 달러의 감가상각비 과소계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맥락과 함의
이번 SEC 등록 말소는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가 향후 공시 주기와 규제 보고의무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뜻한다. 정보 비대칭과 투명성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통상 보고서 부재가 가져올 변화를 주시한다. 다만 로이터 보도 범위 내에서는 말소의 구체적 사유나 운용전략 변경에 관한 상세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버리가 연이어 제기하는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계적 문제는, 이익의 질(quality of earnings)과 현금흐름의 정합성이라는 오래된 쟁점을 다시 부각시킨다. 감가상각 정책은 합법적 재량의 영역이나, 투자자 관점에서는 향후 특정 시점에 누적비용이 반영되며 이익이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하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리의 경고는 밸류에이션과 이익지속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보수적 가정을 상기시킨다.
또한, 버리의 과거 기록은 행동주의적 시그널로 종종 해석된다. 2008년 사례로 상징되는 그의 역발상 포지션은, 현재의 기술 사이클에서도 버블 논쟁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가 X에 남긴 “11월 25일, 훨씬 더 나은 일들로 간다”는 문구는, 정확한 의미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시장의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사이언의 등록 말소가 가져올 규제·공시 체계의 변화. 둘째, AI·클라우드 투자 사이클에 대한 회계정책 논쟁. 셋째, 버리의 신호가 불러오는 심리적 파장이다. 각 축은 서로 얽혀 있으며, 특히 감가상각 정책과 이익의 질 문제는 향후 2026~2028년 구간에 대한 리스크 점검이라는 과제를 시장에 던진다.
기사 핵심 인용 및 수치
• SEC 데이터베이스상 사이언 등록 상태: ‘terminated’(11월 10일 기준)
• 사이언 운용자산(AUM): 1억5,500만 달러(3월 기준)
• 버리의 X 게시글: “On to much better things Nov 25th.”
• 회계정책 효과 추정: 2026~2028년 감가상각비 약 1,760억 달러 과소계상 가능성
주의: 상기 수치·인용은 모두 로이터 보도 및 원문 기사에 근거한다. 본 문서는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전달하며, 구체적 투자 조언을 제공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