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트럼프 관세 회피 위해 ‘현금 거래’로 돌파구 마련

애플·엔비디아·AMD 등 미국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해 전례 없는 형태의 ‘거래’를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엔비디아(Nvidia)AMD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재개하는 대가로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허용했다. 이 합의는 수출 대가금(export levy) 혹은 일종의 ‘수출세’로 해석되며, 미국 정부가 해외 매출에 직접 수익을 공유하는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Ray Wang on CNBC

앞서 팀 쿡 애플 CEO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4년간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 발표를 “관세 폭풍을 피해 가기 위한 전형적 ‘면죄부’ 확보”라고 진단하며, 실제로 애플은 당분간 스마트폰·태블릿 등 주요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Dan Niles on CNBC


‘치킨게임’보다 비싼 관세 회피 비용

시장조사업체 PP 포어사이트(PP Foresight)의 기술 애널리스트 파올로 페스칸토레는 “최근 빅테크의 연쇄적 딜 메이킹은 관세 완화를 위한 필사적 시도”라며 “모두가 분기 실적에서 관세 부담을 적시했을 만큼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플은 6월 분기에만 8억 달러의 관세 비용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100% 반도체·칩 수입 관세’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국 내 생산(국내 투자)’ 기업에는 예외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 AMD, 그리고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은 애플이 모두 예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 기업은 사실상 ‘투자 또는 수익 공유’를 관세 면제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엔비디아·AMD, 15% 수출 대가금 논란

“정부가 기업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것은 매우 ‘이상(bizarre)’하다.” – 레이 왕(컨스텔레이션 리서치 창립자)

레이 왕은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해당 칩이 국가안보 위협인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갑자기 15%를 가져간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AMD의 리사 수 모두 ‘이래서라도 중국 시장을 유지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15% 수출세의 법적 근거와 집행 메커니즘을 조율 중”이라며 “유사한 딜이 타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 시각: ‘임의성’이 최대 리스크

엔비디아·AMD 주가는 중국 시장 재진입 기대감으로 단기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은 ‘정책 일관성’ 부재를 우려한다. 투자운용사 나일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댄 나일스는 CNBC ‘클로징 벨: 오버타임’에서 “현 정부의 ‘핸즈온’(직접 개입) 방식이 기업별로 상이하게 적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정책이 주 단위로 뒤바뀌는 상황이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시장 접근성은 엔비디아에 ‘필수적(crucial)’”이라면서도, “향후 협상에서 추가 관세나 수출 규제가 쏟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용어·배경 해설

• 수출 대가금(export levy): 특정 국가로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가 부과·징수하는 일종의 ‘매출 공유금’이다. 관세와 달리 세율이 고정돼 있지 않으며, 기업별·건별로 협상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임의성 논란이 크다.

• 도미노 효과(domino effect): 하나의 기업이 전략을 바꾸면, 경쟁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유사한 대응을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번 경우 애플의 미국 투자 확대가 다른 빅테크들의 유사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자 분석 및 전망*

※ 아래 내용은 기사 정보에 기반한 해설이며, 추가적인 시사·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기자의 통찰이다.

첫째, 엔비디아·AMD의 15% 수익 공유 모델은 향후 해외 매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과세 전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으면서, 첨단 기술 기업들의 정치 리스크가 재차 부각됐다. 셋째, 애플이 선제적으로 투자 카드를 꺼내며 관세 적용을 면한 만큼, 다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들도 국내 제조·투자 확대를 통한 ‘관세 방어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시장은 법적 타당성 검토가 변수다. 만약 미 의회나 연방 법원이 ‘수출 대가금’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이번 합의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법적 정당성이 확보되면, 미국 정부가 향후 반도체·배터리·소프트웨어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동일 모델을 확장할 위험이 있다.

결국 빅테크와 워싱턴 사이의 거래 프레임(frame)이 정착할지, 혹은 일회성 ‘쉐이크다운(shakedown)’으로 끝날지는 시장 신뢰·정책 일관성·국제 통상 규범이라는 세 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