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한 주 만에 11만 달러 중반대로 떨어지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충격에 빠졌다. 높아진 인플레이션 지표와 금리 인하 연기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5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롱 포지션’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이날 장중 2% 하락한 115,255.70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 124,496달러로 올해 네 번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라 낙폭이 더욱 돋보인다. 한때는 114,706달러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두 번째로 큰 가상자산 이더(ETH) 역시 4% 하락한 4,283.15달러로 밀렸다. 이 역시 지난주 기록이었던 4,800달러선에 근접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수준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9월 연준(Fed)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다는 점이 양대 코인 가격을 동시에 끌어내린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 ‘청산 쓰나미’—24시간 5억 5,258만 달러 증발
온체인 데이터업체 코인메트릭스(Coin Metrics) 집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131,455명의 트레이더가 보유한 포지션이 청산되며 총 5억 5,258만 달러 규모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 롱 포지션 1억 2,300만 달러, 이더 롱 포지션 1억 7,800만 달러가 포함됐다. ‘강제 청산’(forced liquidation)은 레버리지 거래자가 담보 부족 상태에 빠질 때 거래소가 시장가로 자산을 매도해 부채를 상환하는 절차로, 매물 압력을 유발해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비트코인은 불과 일주일 만에 125,000달러에서 115,00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 CNBC 차트 해설
■ 재무장관 발언 ‘찬물’…미 정부 전략비트코인 확충 계획 제동
시장 심리를 더욱 냉각시킨 또 다른 변수는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의 코멘트였다. 그는 14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창설을 승인한 ‘미국 전략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이 정부가 압류한 비트코인으로만 한정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연방정부는 ‘예산 중립적’(budget-neutral) 방식으로 추가 비트코인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혀, 단기간 시장 매입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 코인데스크20 지수ㆍ가상자산 관련주 동반 약세
시가총액 상위 20개 디지털자산을 추종하는 코인데스크20 지수(CoinDesk 20 Index)는 3.7% 하락했다. 프리마켓(장전거래)에서 가상자산 관련 주식도 부진했다. 비트마인 이머전스(Bitmine Immersion)원격 채굴 냉각 솔루션 업체 주가는 6% 떨어졌고,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은 3% 내렸다. 지난주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불리시(Bullish) 역시 3% 약세를 보였다.
■ 이목 쏠린 잭슨홀·주간 실업수당…“9월 연준 회의 전까지 변동성 경계”
이번 주 투자자들은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에 주목한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고위 인사들의 매파·비둘기 스탠스가 9월과 11월 FOMC 회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어서다. 또한 22일(현지시간) 발표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경기 둔화 여부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 ‘8월 조정’은 예고된 시나리오?…ETFㆍ기업 매수세가 완충 역할
애널리스트 다수는 8월 가상자산 조정을 “건강한 숨고르기”로 평가한다. 전통적으로 8월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위험자산 수요가 둔화되는 시기로, 연준 회의 전까지 매크로 이벤트가 가격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이더 현물 ETF는 16일 하루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주간 기준으론 각각 5억 4,700만 달러, 29억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이더 ETF는 14주 연속 흑자 행진으로 사상 최대 주간 유입액을 경신했다.
■ 용어·개념 설명 코너
· 롱 포지션(Long Position)—자산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 포지션이다.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빠르게 떨어져 ‘강제 청산’ 리스크가 커진다.
· 강제 청산(Forced Liquidation)—투자자가 증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거래소가 자산을 자동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절차다. 다수 청산이 동시에 터질 경우 급격한 가격 하락을 야기한다.
· ETF(Exchange Traded Fund)—특정 지수나 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다. 가상자산 ETF는 비트코인·이더 등 디지털 자산 가격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며, 투자자는 증권계좌를 통해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 잭슨홀 경제심포지엄—미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연례 학술회의로,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와 학자들이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파월 의장의 발언 한마디가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 기자 전망
비트코인의 단기 하락은 거시환경 변화와 파생상품 청산이라는 이중 충격에 따른 결과로, 9월 FOMC 전까지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ETF 자금 유입과 일부 기업의 공격적 매수 움직임은 중장기적 지지선 역할을 할 전망이다. 투자자는 거시 지표·파월 발언·ETF 자금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며, 레버리지 비중을 낮추는 보수적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