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보유(트레저리) 전략을 앞세워 주목받았던 상장사들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크립토 랠리’가 주춤해지면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보유해 온 기업들의 몸값이 급격히 축소되는 모습이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비(非)암호화폐 본업 기업 61곳이 ‘디지털 자산 국고(트레저리) 전략’을 채택했으나, 최근 이들 기업 주가는 가파른 조정을 겪고 있다.
대표 격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스트래터지(Strategy) 주가는 7월 457달러에서 이번 주 328달러까지 밀리며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들어 남아 있던 상승률도 13%로 축소됐다.
일본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 메타플래닛(Metaplanet) 역시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려 있다. 6월 고점 대비 60% 넘게 빠졌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105%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변동성에 레버리지(지렛대)가 겹친 구조라 낙폭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코(Kaiko) 애널리스트 애덤 매카시는 “비트코인이 3% 떨어지면 이들 종목은 4~5배 하락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공포에 매도하면서 낙폭이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테마주’들의 시가총액이 보유 암호화폐 평가액보다 낮아지는 디스카운트 현상도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자금 조달 시장에 의존해 코인을 사들이는 구조라,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 자금줄이 막힐 위험을 지적한다.
작은 규모의 웹 디자인 업체였던 스마터 웹(Smarter Web Company)은 4월 ‘비트코인 매입’ 선언으로 급등했으나, 6월 이후 주가가 70% 넘게 빠졌다.
또 다른 사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크립토 벤처에 참여해 토큰을 매수해 온 Alt5 시그마는 6월 고점 대비 61% 급락했다. 당시 회사는 해당 벤처와 15억 달러 규모 계약을 발표했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트코인 편중’ 현상은 이더리움(ETH) 등 여타 암호화폐로도 확산되고 있다. 피터 틸(Peter Thiel)이 지원하는 비트마인(BitMine)과 게임 미디어 네트워크 게임스퀘어(GameSquare)는 올해 초 ‘이더리움 매입’ 계획을 밝혔다가 주가가 각각 67% 급락했다.
카이코의 매카시는 “이들 기업은 실제로 코인을 사기보다 ‘암호화폐 서사’를 팔아 주가를 끌어올리는 측면이 크다”며 “개인투자자가 이를 깨달을 때까지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소 상장(IPO) 소식도 이어진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는 13일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범위를 상향 조정, 최대 30억 8,000만 달러 기업가치를 노리고 있다.
▶ 용어 풀이 및 배경
*디지털 자산 국고 전략은 기업이 잉여 자금을 달러·엔화 대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보유해 회사의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는 방식을 말한다.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레버리지 효과는 변동성이 큰 자산에 차입·선물·옵션 등을 통해 배율 투자를 하면 수익과 손실이 몇 배로 확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암호화폐 가격이 박스권에 머물면, ‘비트코인 테마주’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본업 실적이 미미한 기업일수록 위험이 확대된다”고 진단한다.
결론적으로, 올해 들어 과열됐던 ‘비트코인 국고’ 서브테마는 가격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현금흐름 등 본질 가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